춘천 의암호의 상중도[上中島] 한바퀴 돌기
춘천 의암호 상중도 일주기
11월 하순에 발간된 춘천시보(춘천시 간행)에 소양강 따라 걷기 정보가 게재되었다. 이 글 중에 의암호 상중도에 관한 기사가 있다. 춘천시 서쪽을 따라 흘러가는 소양강을 막아 세운 의암댐에 의해 의암호 안에는 크고 작은 섬이 10여개가 생겼다. 그 중에 널리 알려진 곳은 중도 유원지로 알려진 하중도와 최상류의 섬 위도(蝟島, 의암호가 생기기 전에 고슴도치 모양으로 생겼다 하여 일명 고슴도치섬) 등이다. 춘천에 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조차도 이 두 섬 이외에는 발길을 옮겨본 곳이 없을 것이다. 춘천시보의 기사에 따르면 상중도에서 본 춘천시의 모습과 삼악산 위로 지는 석양은 외지 사람이 춘천에 눌러 살 마음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답다고 하였다. 이 글을 읽고 집사람과 상중도를 찾아보기로 했다.
일시 : 2008년 11월 30일 오후
다음의 사진은 Google Earth에서 제공하는 위성사진으로 춘천시 일원이다. 강을 따라 최상류의 섬이 고슴도치섬, 그 아래 다리가 연결된 작은 섬은 이름을 알 수 없으나 현재 자동차경주장이 조성되어 있다. 그 다음부터 순서대로 상중도, 하중도, 붕어섬이다.
[춘천시 일원 위성사진]
아래의 사진은 위의 상중도를 확대하여 출력한 것이다. Google Earth가 제공하는 위성사진은 대체로 현재부터 3년 이전에 촬영된 것이라 상중도의 현재 모습과는 차이가 많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떤 목적에서인지는 모르나 춘천시에서 상중도 외곽 전체에 높이 10m 정도의 제방(토담)을 쌓았기 때문이다. 아마 이 공사는 2007-8년 사이에 진행된 모양인데 섬 전체의 공사가 대부분 완료되어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섬 좌하부의 작은 강은 현재 제방으로 막아 호수의 형상을 하고 있다.
[상중도 위성사진]
상중도로 가는 배는 제2소양교 남쪽으로 약 500m에 거리에 있는 상중도나루터에서 출발한다. 대략 2시간에 1회 왕복운행을 하는데 상중도 나루터에서 출발하면 5분 정도 지나 상중도에 도착하고 약 5분 후에 돌아온다. 우리는 상중도에 들어가 섬을 일주하고 일몰 시간에 맞춰 돌아오기 위해 오후 2시 2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들어갔다가 4시 30분에 돌아 나오기로 했다.
일전에 춘천시 서쪽을 길게 가로지르던 Camp Page(미군이 철수한 미군부대) 가운데로 춘천시 중앙로 로터리부터 춘천역까지 관통하는 도로가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었다. 대학에 다닐 때 갑자기 서울에서 지낼 곳이 없어서 몇 개월간 춘천에서 서울까지 기차를 타고 통학을 해야만 했는데 새벽에 기차를 타려면 시내에서 춘천역까지 걸어 가야했다. 시내에서 가까운 춘천역이 미군부대가 가로막고 있으니 소양로1가까지 올라가 근화동을 돌아 역까지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집을 나서 일단 그곳을 가보고 싶었다. 관통도로를 따라 걸어보니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옛날에는 30분이나 걸어야 했던 길이었다. 관통도로 끝에 있던 춘천역사를 찾아보니 온데간데없고 역 광장이었던 곳에 비석만이 서 있었다.
[춘천역에서 바라본 Camp Page 관통도로]
[춘천역 광장에 서 있는 기념비석 - 춘천역사는 자취를 감췄다]
상중도나루터에 차를 세우고 배에 올랐다. 배가 출발하려면 2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선장님이 보이지 않기에 배안을 둘러보니 낮잠을 주무신다. 배가 떠나기를 기다리는 승객은 우리 부부와 상중도에서 농사를 지으신다는 노부부 이렇게 넷이다. 지난 6월 이전까지는 대략 1시간에 1회씩 상중도행 배가 왕복을 했다고 하는데 기름 값은 오르는데 승객은 별로 없으니 적자가 누적되어 2시간에 1회로 단축되어 매우 불편하다고 할머니의 푸념을 들었다. 상중도 구경을 간다고 하니 볼 게 없다고 하신다.
"상중도 끝에 작은 산이 하나 있다고 들었는데요"라고 말씀을 드리니 할아버지가 그 산에 전해오는 전설을 이야기해 주신다. 원래 그 산은 고성에 있던 산인데 옛날 어느 해 큰물이 나서 그곳까지 떠내려왔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에는 고성에서 매년 도지를 받아 갔다고 한다. 어느 해인가 그 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도지 줄 걱정을 하고 있는데 어떤 현자가 물었다. "당신은 왜 그렇게 근심스런 얼굴을 하고 있으시오?".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그 현자가 말하기를 "그런 문제라면 걱정할 것 하나도 없소. 이번에 도지를 받으러 오거든 이렇게 말하시오. 이 산이 우리에게 아무 필요가 없으니 도로 가져가시오". 그 이후 도지를 받으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는 말씀을 해 주신다. 산의 이름은 고산(孤山), 말 그대로 외로운 뫼이다.
2시 15분에 알람소리가 나더니 선장님이 일어나 나와 배의 시동을 건다. 선장님은 시동을 걸어놓고는 바로 승선권을 사라고 한다. 편도 1인당 1500원인데 왕복요금을 미리 다 받는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오니 주민 한 사람이 더 타고, 낚시를 하러 간다는 일행 3명이 더 탔다. 이렇게 8명을 싣고 상중도호는 출발하였다.
[상중도 나루터]
[상중도를 왕복하는 배 상중도호]
[상중도호가 출발하였는데 날이 춥지 않아 실내로 들어가지 않고 모두들 차를 싣는 곳에 있었다]
[상중도에 가까워 오니 봉의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내가 점점 넓게 보인다 - 건축하다가 방치한 건물만 없었다면...]
[한쪽엔 주민 3명, 다른 한쪽엔 낚시를 가는 3명이 타고 우리는 반대편에 있다]
[상중도의 선착장까지 5분 정도 소요되었다]
우리를 실은 배는 약 5분간의 항해(?)로 상중도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려 우리 부부는 오른쪽 제방을 따라 가고, 낚시하는 사람들은 왼쪽 제방으로 그리고 주민들은 섬 안쪽으로 향한다. 오른쪽 제방에 올라서니 높이가 10m는 넘어보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높은 제방을 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암호의 수위야 의암댐의 수문 높이와 같을 터이고 춘천댐 수문을 많이 열어 물을 흘려 보낸다 해도 이렇게까지 수위가 상승할 것 같지는 않다. 제방 아래 물가에는 작은 자갈을 깔아 길을 조성해 놓았는데 아마 산책로로 쓸 모양이다. 그런데 이곳에 누가 또 왜 와서 걸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올까?
섬의 오른쪽을 따라 일주를 시작하자마자 왼쪽에 습지가 보인다. 아마 제방을 막아 물이 고여 있는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의암호, 봉의산, 제2소양교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제방 왼쪽의 상중도 안쪽은 대부분 밭이고 비닐하우스도 여러 채 보인다. 의암호 호수 건너에는 제2소양교를 지나 카페촌이 보이고 그 다음으로 두미르아파트, 새로 지은 롯데캐슬아파트 등이 지나가고 개인이 소유한 쪽배가 왕복하는 선착장도 지난다. 이렇게 제방 길을 따라 북쪽으로 가니 옆 섬에서 상중도까지 놓인 가교가 나타난다. 아마 이 다리는 상중도 제방 쌓는 공사에 사용하기 위하여 임시로 설치해 놓은 모양이다. 배터를 떠나 약 20분 남짓 걸으니 드디어 상중도의 끝인 고산이 눈에 들어온다. 고성에서 도지를 받으러 왔다는 말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온다.
[제방에 올라서니 섬 안쪽으로 습지가 보인다]
[우리를 태웠던 배는 2시 30분에 상중도를 떠났다]
[호반의 도시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 - 봉의산, 제2소양교, 카페촌]
[상중도 내부의 풍경]
[상중도 외곽을 일주하는 제방 뚝길]
[개인 소유 쪽배 나루터]
[자동차경주장이 있는 섬과 상중도 사이에 부설된 공사용 가교]
[고성에서 떠내려 왔다는 전설을 안고 있는 고산(孤山)]
제방 끝에서 동쪽 능선을 따라 고산에 올라가 보려고 길을 찾는데 처음에는 길처럼 보이더니 정상 가까이 다다르니 개나리가 촘촘히 자라고 있어서 계속 가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다시 내려가서 반대편으로 가서 오르자니 지금까지 올라온 게 아깝기에 그대로 개나리 나무들을 헤집고 올라가 정상에 올라섰다. 집사람은 올라오기를 포기하고 산 반대편으로 갔다. 고산의 정상은 서너평 정도 편편하고 시야는 탁 트였다. 그곳은 내가 춘천에 사는 동안 춘천에서 본 경치 중 최고의 경치를 보여준다. 북으로는 신매대교와 고슴도치섬이, 동남방향은 우두벌을 시작으로 제2소양교, 봉의산, 춘천 시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남쪽은 상중도 섬 후면 멀리 삼악산이 우뚝 서 있고, 서쪽으로는 아름다운 호수 건너편에 서면이 들어온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고산에 올라보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고산에서의 하산은 반대편으로 했는데 그곳에는 등산로가 나 있고 고산 남쪽 자락에 솟은 바위 왼편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이쪽으로 오르면 쉽게 고산에 오를 수 있다.
[고산동남쪽의 춘천 시내 전경]
[고산 바로 건너에 있는 자동차경주장]
[고산 북쪽의 신매대교, 고슴도치섬, 그리고 멀리 춘천분지 산맥]
[고산 서쪽의 의암호수와 춘천분지 서부능선]
[고산 남서쪽의 의암호와 삼악산, 그리고 서면]
[고산 남서쪽에 서 있는 바위]
[고산을 뒤에 두고 있는 별장(?)]
고산을 떠나면 이제 길은 남쪽으로 향한다. 고산에 인접한 제방 길은 아마 쌓은 지가 오래된 듯 길 위에 많은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란히 바퀴자국이 나있는 것을 보면 이곳에도 차가 심심치 않게 다니는 모양이다. 그런데 섬 안에서 차는 거의 구경을 하지 못했으니 경운기가 다닌 것일까? 중간쯤 다다르니 오른쪽에 작은 섬이 또 붙어 있다. 그 섬을 보니 어떤 골프장의 island green이 머리에 떠오른다. 만약 중도에 골프장을 만든다면 저 작은 섬이 멋진 홀이 되겠구나! 더 아래로 내려오니 꽤 큰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나중에 위성사진을 보고 알게 된 것인데 이 호수는 처음에는 의암호와 이어진 골짜기였는데 제방을 쌓아 호수가 된 곳이었다. 호수는 거울같이 잔잔하여 건너편 나무가 호수위에 꼭 같은 모양으로 호수에 누워있다. 이곳에서 낚시를 하면 잘 잡히지 않을까?
[고산을떠나 남쪽으로 난 제방은 잡초와 작은 나무들로 꽉 차있다]
[그런데 차바퀴 자국은 왜 생긴 것일까?]
[상중도 안의 농가]
[물길을 막아 생긴 호수]
[호수가 잔잔하니 마치 거울 같다]
[의암호 건너 서면의 마을]
[애니메이션 박물관도 보이고]
[상중도 안의 호수는 하나로 이어져 있지 않고 나뉘어 있었다]
상중도의 남쪽으로 내려서니 바로 앞에 하중도가 보이고 길은 동쪽으로 굽는다. 짧은 동쪽방향 길을 걷고나면 다시 제방이 북으로 향한다. 북으로 도는 코너에 같이 배를 탔던 분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살림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허탕을 친 모양이다. 제방 아래로 내려와 잠시 자갈길 산책로를 걸어보았는데 생각보다 불편하여 다시 뚝 위로 올라갔다.
[낚시를 하는 강태공과 호수 건너편 춘천시내]
[제방은 이런 모습이다]
섬을 일주하고 선착장으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1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 배가 오려면 5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천천히 걷는 것인데... 호수에 돌을 던져 보기도 하고, 지는 해를 디카에 담아 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4시 20분이 되니 건너편에서 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있는 쪽으로 온다. 들어오는 배에는 네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이 분들은 섬에 사는 주민이 아니라 배를 타고 상중도에 들어오며 구경을 하고 배에서 내려 춘천 시내를 잠시 보고는 바로 돌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일행을 인솔하는 아저씨는 "이게 바로 춘천이야!!'를 연발한다. 어떻게 보면 상중도행 배에 올라 왕복 약 15분간 의암호수와 춘천을 바라보는 값으로 3000원은 아깝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4시 30분에 배가 떠나 5분 만에 상중도나루터로 돌아왔다. 배가 떠나기 전부터 바라본 삼악산의 낙조는 더 한층 아름답다.
[우리가 타고 돌아갈 배가 들어온다 - 오른쪽 넥타이를 맨 아저씨는 내리자마자 "이게 춘천이야!! 이게 춘천이야!!"]
[상중도를 떠나기 전에 담은 낙조]
[석양 빛을 받은 제2소양교와 쏘가리상]
[배 위에서 또 한장]
[후기] 말 그대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름다운 섬이 그저 농토로만 사용된다니 말이다. 중도에 관한 자료를 검색해 보니 상중도의 면적이 27만평이라고 한다. 27만평 이면 18홀 골프장이 들어 올 수 있는 넓이다. 골프장을 만들면 어떨까? 내가 골프를 즐겨 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 만은 아니다. 천혜의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이 섬을 그저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쓴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골프장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춘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아마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만약 이곳이 골프장이 된다면 아마 세계적으로 알려질 만한 골프장이 될 것으로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