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농장 ]/2009년 농사일지

7월 중순부터 농사일지가 중단된 사연

청운지사 2009. 9. 23. 11:33

장마 폭우에 수해입고 복구하기까지

 

올해는 농사가 끝날 때까지 농사일기를 계속 쓸 것이라고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7월 중순 농장에 예기치 않은 사태가 발생하여 농사일기가 중단되었다.

 

3년전인 2006년 여름, 제자들 3명과 베트남 배낭여행 중에 집으로 전화 했는데 집사람 하는 말 "춘천에 폭우가 내려 밭이 초토화되었어요." 한다. 귀국하여 밭에 나가보니 내 농장 위쪽 과수원에서 토사와 각종 나무토막들이 밀려 내려와 밭의 상당부분에 흙이 덮여 있었다. 당시 이를 복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다. 복구작업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물을 끌어 올리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양수기 통이 흙으로 가득차서 양수기를 새로 구입하여 물이 나오게 한 기억이 있다. 아래 사진은 2006년 수해상황(사진 내의 연도가 잘못 기록되어 있다).

 

 

 

 

 

 

 

 

 

 

 

이 사태 이후로 배수로를 바꾸고 깊이 파서 2007년과 2008년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기에 이제는 안전하다고 생각했었다. 올해도 장마가 오기 전에 배수로를 더 파서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루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질 때는 전혀 대비가 되지 못했다. 이번에 입은 수해와 복구일지를 써본다. 완전한 복구는 포크레인을 불러야 가능 했기에 일단 포기하고 흙이 쌓인 곳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파서 복구를 하기로 했다. 이러한 경황에 농사일지를 쓰기가 어려워 부득이 일지쓰기가 중단되었다.

 

 

7월 9일 (목)

새벽부터 종일 비가 내렸는데 퇴근길에 밭에 가보니 밭으로 연결되는 다리 위로 물이 넘쳐 들어갈 수 없었다. 저녁 뉴스에 보니 춘천이 200mm가 넘었다고 한다. 1일 강수량으로 수십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밭이 걱정이 되는데 그래도 괜찮겠지 했다.

 

 

7월 10일 (금)

아침에 밭으로 가보니 들어가는 다리는 열려 있다. 그런데 주차장에 흙이 쌓여 있는데 심상치 않다 싶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우리 밭의 놀이터에 토사가 내려와 2-3m 정도 쌓여 있고 평상은 옆으로 서있는 게 아닌가? 수도가 완전히 묻히고 도랑을 내 놓은 곳도 완전히 묻히는 등 엉망이 되어 있다. 손을 어찌 써야할지 난감하다.

 

[2009년 7월 5일에 촬영한 농장의 놀이터]

 

[토사가 덮여 초토화된 농장의 놀이터: 평상이 서있다]

 

[들깨를 옮겨 심었던 자리]

 

[흔적조차 없는 토란]

 

[주차장에 쌓인 토사]

 

 

7월 11일 (토)

오후에 밭으로 나가 도랑을 파내보다.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다. 비는 또 내린다고 하고. 위 과수원 아래 사태가 난 곳을 디카에 담아 놓다.

 

 

7월 13일 (월)

신촌리에 가서 이장을 만나 폭우피해 신고를 하고 동래면 부면장과 동행하여 밭을 둘러보다.

 

[내 농장 주변의 위성 사진]

 

사진 3번이 나의 농장이다. 과수원과 나의 농장 사이에 골짜기가 있는데 평상시에는 물이 전혀 내려오지 않는다. 집중폭우로 인해 1번과 2번에서 사태가 나서 밭으로 토사와 같이 과수원의 나무토막들이 떠내려 온 것이다.

 

[1번 사태 지역]

 

[2번 사태 지역]

 

 

7월 14일 (화)

새벽부터 비가 또 쏟아진다. 밤까지 거의 200mm 가까이 내렸다. 설상가상이로구나.

 


7월 15일 (수)

밭에 가보니 다리 위에 흙이 가득 쌓여 물이 다리 위로 흐르는데 양이 엄청 많아 건널 수 없을 정도다. 저녁에 다시 밭으로 나가니 장화를 신고 건널 만 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7월 18일(토) 예정된 배낭여행을 떠났다. 어차피 물기가 그대로 있는 진흙구덩이를 파낼 방법이 없고 복구를 하려면 땅이 굳어야 할 것이니 예정대로 길을 떠난 것이다. 8월 1일(토) 귀국 했다.

 

 

8월 2일 (일)

오후에 밭에 나가 양수기가 뭍인 곳을 일부 파보다.

 

 

8월 6일 (목)

오후에 밭에 나가 양수기 통이 있는 곳까지 팠다.

 

 

8월 9일 (일)

17:30경 밭으로 나가 물을 끌어 올렸다.

 

 

8월 10일, 11일 (월, 화)

다라 2개와 호스 수도관 등을 사가지고 양수기 물 올리는 공사를 마쳤다.

 

[2m 정도 높아진 양수기통]

 

[밖으로 설치한 양수기]

 


8월 30일 (일)

밭에 나가 하우스 들어가는 관리기 길을 내고 놀이터를 정비했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느낌이다.

 

 

 

놀이터가 지난번 보다 6-7cm 정도 높아졌다. 따로 돈 들이지 않고 이 정도로 복구하여 지내기로 했다.  연못도 파내에 다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