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2010년 1월) 지리산 종주 제4부 : 천왕봉을 넘어 집으로
2010년 1월 겨울 지리산 종주 산행
제4부[1월 27일(수)] : 종주산행 3일차 천왕봉 일출 보고 중산리까지
드디어 종주산행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장터목을 떠나 천왕봉에 올라 일출감상을 시도해 보고 중산리로 하산하여 종주산행을 마칠 계획이다. 지도상에 장터목에서 중산리까지는 1.7km로 약 1시간 소요되며,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는 5.5km로 하산에 약 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3일전 춘천을 출발할 때 예보에 따르면 27일은 아침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다고 했었다. 그러니 이번 종주산행에서도 천왕봉의 일출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어제 날씨가 너무 좋았고, 제자가 보낸 문자에 27일 오후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다고 뉴스에 나왔다고 하여 기대감이 되살아났다. 그러나 지난해 8월에 왔을 때 새벽까지도 좋던 날씨가 불과 1시간 만에 지리산 전체가 구름에 휩싸여서 새벽에 천왕봉에 올랐으나 허탕을 친 기억을 되살리니 큰 기대는 할 수 없었다. 일행에게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날씨가 좋으면 일출을 보러 가고 아니면 좀 늦게까지 잠을 자기로 했다.
초저녁에 2시간 정도 잠이 들었다 깬 후에 무슨 이유에선지 잠이 오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있자니 답답하기도 하여 여러 차례 밖에 들락거렸다. 새벽 4시까지도 별빛이 초롱초롱하다. 5시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구름이 거의 보이지 않기에 잠을 깨워 배낭을 꾸리고 취사장으로 내려와 어제 남은 밥을 끓여 아침식사를 했다.
06:05 이마와 손에 불을 밝히고 장터목대피소를 출발하였다. 일출을 보기 위해 올라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대피소를 떠나자 바로 나타나는 가파른 돌계단은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얼어붙어 빙판이다. 아이젠을 팍팍 찍으며 올라갔다. 빙판은 계단이 끝나 평원이 되는 곳까지 계속 이어졌다. 평원지역은 눈이나 빙판이 전혀 없었으나 평원이 끝나고 제석봉으로 가는 내리막길은 또 다시 빙판과 딱딱하게 굳은 눈이 깔려 있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무지 힘들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출발하려는 등산객들]
[어둠을 뚫고 천왕봉으로 향하여 가는 나]
[동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할 즈음]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김군도 꾸준히 간다]
[동쪽 하늘이 점차 밝아진다]
[마지막 대시]
07:15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천왕봉에 올라섰다. 나와 지군이 정상에 먼저 도착하고, 김군이 무릎이 많아 아프다 하여 이군과 같이 약 5분 늦게 정상에 도착했다. 동쪽에 구름이 낮게 깔리기는 했으나 일출을 보는 데는 큰 장애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지평선 위에 길게 뻗어 있는 구름의 붉은 색이 점차 선명해 진다.
[천왕봉 이정표]
[천왕봉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일출 직전]
[천왕봉 정상석 옆에 선 지군]
[내 폼은 영 엉망이다 ㅋㅋ]
[조금 늦게 도착한 이군]
[드디어 얼굴을 내미는 햇님 : 내 디카 시간 07:27]
[천왕봉 일출 진행 광경]
[드디어 해가 그 온 모습을 드러냈다 - 07:29]
[2010년 지리산에 떠오른 해를 기념하여]
[옅게 낀 구름 위로 떠오른 해]
천왕봉의 일출은 감격이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의 일출을 나는 시도한지 두 번 만에 볼 수 있었으니 그 기쁨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내가 살면서 별로 덕을 쌓은 바 없으니 내 조상님들의 음덕이 새롭게 느껴진다. 일출시에 바로 떠오른 생각은 아니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 이 글을 정리하다 보니 내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이 좋은 세상 보지 못하시고 1977년 쉰셋의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가신 내 아버님의 사랑이 이런 때면 더더욱 고맙고 또 그 그리움이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내 부모님]
위의 사진은 아버님이 1977년 2월 내 바로 아래 동생의 서울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셨다가 어머님과 같이 찍은 사진이다. 아버님은 그해 6월 하늘나라로 가시고 어머님은 나의 가족과 함께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신다.
07:50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아침 햇빛을 받은 천왕봉]
[바로가면 대원사, 오른쪽이 중산리]
[천왕봉 바로 아래의 깔딱고개에 언제인가 계단이 설치되었다]
[천왕봉 정상에서 중산리로 내려오는 깔딱고개 하부]
[깔딱고개 끝의 계단]
08:10 깔딱고개를 내려서서 오른족으로 돌아서니 천왕샘이 보인다. 남강의 발원지라고 한다. 천왕샘의 물은 누군가가 받쳐놓은 나뭇가지를 타고 가늘게 흘러내린다.
[천왕샘]
[하산 중 뒤돌아보니 천왕봉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09:35 법계사/로타리대피소(천왕봉 기점 2km, 1,335m)에 도착하다. 새벽부터 힘을 많이 쓴 탓인지 허기가 돈다. 라면 2개를 구입(1,500원/개) 하여 남은 라면 1개와 같이 끊여 요기를 하다.
[법계사 일주문]
[로타리대피소]
10:16 로타리대피소를 출발하다. 등산로는 이전보다 경사도가 약해지기는 했으나 가파른 구간이 계속하여 나타난다. 이제 눈과 어름이 없어 아이젠을 풀었다.
[점점 높아가는 천왕봉]
[무심히 내려가는 나]
11:38 칼바위 삼거리에 도착하다. 그런데 정작 칼바위를 보지 못했다. 천왕봉으로 올라갈 때 이 삼거리에서 오른쪽 등산로로 가면 우리가 내려온 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바로 장터복대피소로 간다. 삼거리 계곡에서 얼굴을 씻고 머리에 물을 끼얹었다. 내려오는 동안 내내 맑던 하늘이 갑자기 구름으로 덮였다. 오후에 비가 온다더니...
[삼거리 이정표]
[좌로 가면 장터목, 우로 가면 천왕봉]
12:24 중산리야영장(해발 637m)에 도착하다. 이곳까지가 좁은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게 되고 이제부터는 포장된 길을 따라가게 된다. 이곳에서 버스터미널까지 1.7km로 게시되어 있다.
[중산리야영장]
[중산리 야영장 옆의 재난안전괸리반]
[지리산 국립공원 안내도를 배경 삼아]
12:38 지리산국립공원중산리탐방안내소에 도착하여 종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지리산종주를 마쳤다.
[겨울 지리산 종주 기념]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는 대략 3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나, 종주 마지막 날이라 신체적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또 김군이 첫 장거리 산행으로 다리가 아파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도 4시간 20분에 하산을 마쳤으며 로타리대피소에서 라면 간식을 위해 보냈던 40분을 빼면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하산 후에 바라본 천왕봉]
[주] 중산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방법 : 지리산의 마을이 대부분 같은 사정이지만 중산리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교통편은 좀 불편하다. 우선 중산리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원지에서 하차하여 서울행 버스를 타게 된다. 중산리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는 대략 1시간에 1대가 있고, 원지까지는 약 45분이 소요된다. 원지에서 서울남부터미널(서초동)까지는 30분 또는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데 소요시간은 약 3시간 15분이다.
[후기] 중산리에서 춘천으로 : 우리 팀의 경우 서초동에서 동서울터미널(강변역)까지 와서 춘천행 버스를 타야하는데 우리가 하산한 시간으로 봐서 이 순서대로 춘천까지 왔다면 아마 밤 12시가 다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귀인을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중산리 버스터미널까지 터덜거리며 내려오는데 승합차를 운전하던 어떤 분이 우리를 서울 가는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원지(진주)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니 그러면 1시간쯤 걸리는데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고 하며 본인의 목적지인 전북 전주까지 갔다가 서울로 가라고 권한다.
오후 1시가 지나 중산리를 떠나 3시경 전주에 도착하여 그 이름도 유명한 콩나물국밥을 같이 먹고 16:40에 출발하는 전주-춘천행 버스에 몸을 실어 아주 편안하게 춘천까지 올 수 있었다. 춘천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좀 넘은 시간이라 내 집 근처 보신탕집에 가서 뒤풀이를 하고 4일간의 지리산 종주 여행의 대미를 장식했다.
전주로 오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고속도로에서는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춘천에 도착하니 가는 비가 내리는데 도로 위에는 눈이 얇게 쌓여 있다. 날씨에 관한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날씨로 어렵지 않은 산행을 도우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또 우리 일행을 중산리에서 태워주신 하광훈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하선생님 역시 산을 좋아하고 지리산 종주를 3회나 하신 산사나이였다.
[전주 왱이콩나물국밥]
2010 겨울 지리산 종주 산행기 /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