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눈꽃산행에서 제자들의 세배를 받다.
태백산 눈꽃산행에서 받은 庚寅년 세배
얼마 전 제자 몇 명과의 식사 자리에서 올해는 좀 색 다른 세배를 해보고 싶다고들 하여 같이 이야기 하는 중 태백산에 가서 세배를 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설연휴 마지막 날이나 그 며칠 후 우리 집으로 방문해서 새해인사를 나누고는 했었다. 그날 날짜를 2월 18일(목)로 정하였다.
산 행 지 : 태백산(강원도 도립공원)
산행코스 : 유일사매표소 - 장군봉 - 정상(천제단) 왕복
동 행 : 이성룡, 정연진, 김동회, 김진환, 이진범
07:00 내가 사는 아파트(춘천시 후평동) 앞에서 모여 출발 준비를 하다. 당초 총원 8명이 가기로 하여 차를 2대 가지고 갈 계획이었으나 2명이 일이 생겨 빠져서 6명이 차 한 대에 승차하여 7시 30경 출발했다. 산에 가서 먹을 음식을 준비한다더니 10명이 먹고도 남을 분량이다.
출발하는 날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린다고 하기에 전날 오후부터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원주, 제천, 영월, 태백의 예보를 계속 확인했다. 다행이 춘천은 눈이 많이 내리겠다고 나와 있으나 제천, 영월, 태백 적은 양의 눈이 내리고 태백의 경우는 1cm 미만 내리겠다고 하여 산행을 결정했다.
춘천을 출발하여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제천까지 가는 길은 밤에 내린 눈이 녹아 차창이 계속 흙탕물로 가려진다. 그런데 눈이 별로 오지 않겠다고 했던 제천에서 영월, 태백산까지의 도로에는 많게는 4-5cm의 눈이 내려 있었다. 제설차가 지나가기는 했으나 도로의 아스콘이 보이지 않았다. 걱정스럽기는 했으나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여 태백산 유일사 매표소까지 갔다.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10시 50분이 지난다. 당초 예산시간은 3시간미만 이었으나 눈 때문에 30분 이상 지연되었다.
11:00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2,000원/인)하고 바로 출발 했다. 등산로에는 눈이 두텁게 깔려 있었다. 지난번 지리산 다녀오고 나서 거의 걷지 않다가 갑자기 가파른 길을 오르려 하니 숨이 턱에 닫는다. 태백에는 지난밤까지만 약한 눈이 오겠다는 예보는 어디가고 눈은 계속 뿌려댄다.
오래전 태백산 겨울산행의 기억이 떠오른다. 2001년 12월 29일 제자들과의 송년회를 태백산 산행으로 마무리 하자고 하여 떠났던 산행이었다. 기상청의 예보에는 눈이 전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태백산에 도착할 때까지는 날씨가 좋았다. 그런데 막 산행을 시작할 무렵부터 눈이 나리기 시작하더니 산행 내내 많은 눈이 내리는 게 아닌가? 세찬 눈보라에 힘겨운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해보니 10cm가량 눈이 쌓여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스노우 체인도 없이 갔었다. 일단 출발을 했으나 고개 중간에 서기도 했었다. 다행이 흙을 뿌리는 차가 지나가고 나서 거북이걸음으로 영월, 제천, 춘천으로 왔는데 무려 6시간이나 걸렸었다.
[출발선에서]
[천제단 4.0km]
[가파른 첫 구간]
[예전에 펄펄 날던 연진이는 애엄마가 되더니 후미를 장식한다 ㅎㅎ]
[후미를 기다리고]
[대열을 정비하여 계속 전진]
12:00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도착했다. 그곳에 당도하니 산 아래에서 볼 수 없었던 눈꽃이 나무마다 피어 있었다. 눈은 조금씩 계속 내린다.
[임도가 끝나는 곳]
12:25 태백산 등산로의 상징나무라고 할 수 있는 큰 주목(朱木)을 지나다. 이곳부터 등산로는 완만하게 올라간다. 눈꽃은 점점 더 화려해진다.
[주목 앞에서]
[눈꽃 터널]
[눈꽃 터널을 배경으로]
[등산로 주변 눈꽃 풍경]
[등산로]
12:45 정상이 가까웠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지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꽃이 황홀한 경치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천제단 0.7km]
[장군봉 도착 직전 풍경 1]
[장군봉 도착 직전 풍경 2]
12:56 장군봉에 도착하다.
[눈꽃 위로 보이는 장군봉의 천제단]
13:05 태백산 정상에 있는 천제단에 도착하다. 장군봉에서 정상까지 오는 길에는 볼이 얼 정도의 눈보라가 세차게 불었다. 처음 계획은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너무 추운지라 장군봉으로 와서 하기로 하고 기념촬영만 마치고 바로 장군봉으로 돌아왔다.
[태백산 정상의 천제단]
[천제단안의 비석 한백검은 무슨 뜻일까?]
[천제단 앞에서]
[태백산 정상석에서 전원이 기념촬영]
13:20 - 14:40 장군봉에 있는 제단 옆에서 바람을 피해 떡라면을 끓여 점심식사를 하고, 양주와 소주를 비웠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상당량의 술을 마셨는데도 취기가 오르지 않는다. 올라오는 길에 보니 취사금지라고 되어 있기는 했으나 찬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때울 수는 없는 사정이었다. 지나가던 어떤 분의 말씀이 인상적이다. 우리의 취사가 원래 금지되어 있다고 하니 이 분 말씀 "오늘 같은 날은 휘발유를 확 붓고 불을 붙여도 불이 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장군봉에서 본 정상의 천제단]
[장군봉의 천제단]
[장군봉 주변 풍경]
[Happy Lunch Time!!]
[장군봉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등산객 행렬]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단체산행을 온 분들이 계속 지나가는데 우리의 점심식탁을 보고 무지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여준다. 어떤 분은 라면 국물 좀 얻어먹자고 하시기에 라면국물 한 사발과 소주 한 잔을 권하니 죽 들이키시더니 "이런 날은 라면국물이 최고야!!"라고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 배를 거의 꽉채우고 남을 것 같아 나머지를 묻을까 망설일 때 우리 곁에 온 아줌마께 드시겠냐고 하니 그러겠다고 하기에 같이 온 분과 같이 나누어 드렸더니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든다.
14:40 나는 장군봉의 계단에 앉고 제자들의 세배를 받았다. 내가 받은 것인지 카메라가 받은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ㅎㅎㅎ. 여하튼 오늘의 특별한 세배는 또 내게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장군봉에서 경인년 세배를 하는 제자들]
14:45 장군봉을 떠나 올라갔던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하다. 눈은 점점 그쳐 가더니 산 아래 내려오니 해가 반짝 빛난다.
[장군봉 근처의 멋진 풍경을 뒤로한 이군]
[하산 길에 주목을 배경으로]
[하산 길에 담은 풍경]
[하산 중에 포즈를 취한 대원들]
[임도를 만나 독사진을 남기고]
[마지막 하산 길의 낙엽송 - 해가 반짝 났다]
16:00 산행을 마치다.
[유일사 매표소 주차장의 화장실인 주목화장실 너머로 태백산 자락이 보인다]
태백산을 떠나 제천까지 오는 도로는 도대체 언제 눈이 덮여 있었는지 모르게 모두 녹아 있고 제천에 가까워 질수록 도로가 말라 있었다.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춘천에 도착하여 1, 2차로 뒤풀이를 했다.
[뒤풀이에는 같이 갈 수 없었던 제자들도 참석했다]
[태백산 산행기 / 끝]
[추신] 이 날 밤 내 블로그 방문 연인원이 10만을 넘어섰다. 방문자가 모두 내 글을 보지는 않았겠지만 10만이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