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여행 ]/2010 미국[USA]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Hiking(트래킹)

청운지사 2010. 5. 24. 14:36

그랜드 캐년 [Grand Canyon] Hiking / Trekking

 

 

그랜드 캐년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은 남쪽 출입구를 통하여 입장하여 캐년의 남단을 잇는 도로(동쪽의 Desert View Drive와 서쪽의 Hermite Road)를 따라 이동하며 이름이 붙은 조망지점(Point)에 정차하여 협곡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는 다음으로 이동을 한다. 그러면 하루에 그랜드 캐년의 관광을 마칠 수 있게 된다. 그랜드 캐년을 이렇게 보면 하루 종일 비슷한 협곡을 내려다보고는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기회가 있어 종전에 세 차례나 그랜드 캐년에 갔던 나 역시 그 때마다 시간이 쫓기어 매번 똑같은 지점에 서서 협곡을 바라보고는 돌아선 기억이 있다. 그런데 늘 이런 생각을 해보고는 했었다. 협곡 저 아래에 내려가서 위를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꽤 멋질 것 같은 느낌이 들고는 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니 반드시 협곡아래에 내려서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랜드 캐년의 남쪽지역 위에서 Colorado 강까지 내려가는 코스로 개발된 길(trail이라 부른다)은 3곳이 있다. 그 중에서 제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길이 Bright Angel Trail이며 시작점이 그랜드 캐년 village 중간에 있는 Lodge 부근에서 출발한다. 이 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교하여 거리가 길기는 하나 고도차가 적고 덜 험하여 처음 하이킹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길을 택하게 된다. Bright Angel Trail 중간에 있는 지점들의 거리와 고도 차이는 다음과 같다.

 

    Indian Garden : 왕복 14.8km, 고도차 945m 

    Plateau Point : 왕복 19.2km, 고도차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약 1,000m

    Colorado River : 왕복 25km, 고도차 1,371m

 

두 번째로 많이 찾는 길이 Grand Canyon Visiter Center에서 동쪽으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Yaki Point에서 출발하는 South Kaibab Trail로 Bright Angel Trail에 비교하여 거리는 짧으나 고도차가 더 큰 코스이므로 험준한 구간이 많다고 한다. 세 번째 코스는 서쪽 끝 Hermite Point에서 내려가는 Hermite Trail이 있는데 찾는 이가 적은 편이다.

 

세 코스 중에서 어느 길을 하이킹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집사람의 실력과 코스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Bright Angel Trail을 따라 하이킹을 하기로 했는데, 과연 어느 지점까지 내려갔다가 돌아올 것인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출발하고 나서 1차 목표지점인 Indian Garden에 도착하는 시간을 보아 계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주] 우리나라나 내가 다녀본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에서는 길을 따라 걷는 것을 트래킹(trekking)이라고 하는데 미국에 와보니 트래킹이란 말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Hiking(하이킹)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나도 이를 따라 표현하였다.

 

하이킹 일시 : 2010년 5월 11일 (화) 07:50 - 17:05 (9시간 15분)

하이킹 코스 : Bright Angel Trail 왕복

 

[Grand Canyon Hiking Trail Map]

 

 

06:40 서둘러 출발준비를 하고 Williams의 숙소를 나섰다. 100km를 달려 07:35경 Grand Canyon Village에 도착하여 어제 보아 두었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니 바람이 세게 불고 기온에 상당히 차게 느껴진다. 얇은 바지로 갈아입을 계획을 포기하고 겨울용 바지차림으로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07:50 Bright Angel Trail에 접어들어 Grand Canyon Hiking을 시작하였다. 입구에 경고의 글이 4개 국어로 게시되어 있다. "결코 당일치기로 강까지 다녀오기를 시도하지 말라. 종전에 시도했던 많은 사람들이 심한 병으로 고생을 하거나 죽기도 했다"라고. 그러면 우리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Bright Angel Trail의 출발점(Trailhead) 이정표]

 

[몇 걸음 내려서면 경고문이 보인다] 

 

[Hiking 초반에 나타나는 굴 앞에서]

 

[아래쪽에 노새(말+당나귀)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trail]

 

 

08:32 1 1/2mile(왕복 4.8km) 휴게소를 통과하다. 이곳에는 수도가 설치되어 물을 보충할 수 있는 곳이다. 휴게소, 수도,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1 1/2mile 휴게소 지역에서]

 


09:14 3 mile(왕복 9.6km) 휴게소를 통과하다. 이곳 역시 휴게소, 물, 화장실이 갖춰져 있는데 물의 경우 겨울에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도가 낮아지며 주변의 경치가 확 바뀌어 간다.

 

[3mile 휴게소]

 

[우리가 계속 내려갈 협곡 쪽을 배경으로]

 

[우리가 내려온 곳을 돌아 보니]

 

 

10:00 Indian Garden에 도착했다. Indian Garden은 현재 인디언들이 사는 지역이 아니고 아마 오래 전에 인디언들이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자리인가 보다. 그곳에는 계곡에 맑은 물이 풍부히 흐르고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현재는 Campground와 말들을 쉬게 하는 곳이 있었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기는 하지만 하이킹을 시작하여 2시간 10분 만에 약 7.4km를 걸어 Indian Garden에 도착 하였다. 이곳에서 Colorado 강까지는 약 5km가 남아 있으니 내려가는데 1시간 30분 올라오는데 2시간 30분을 예상하면 오후 2시경 Indian Garden까지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Colorado 강까지 가보기로 했다.

 

[Indian Garden의 이정표]

 

[Indian Garden의 사유 가옥 - 누가 사는 것일까?]

 

[인디안 가든의 말과 노새들의 쉼터]

 

 

10:20 Indian Garden에서 간식을 하고 바로 출발하였다. Indian Garden을 지나면 Bright Angel Trail은 깊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그러다 계곡은 깊어져 바로 앞으로 내려가고 하이킹 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깊은 계곡을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집사람의 한숨이 이어진다.

 

[인디안 가든을 떠나며]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

 

[저곳을 다 내려서야 강으로 이어진다]

 


11:30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며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길 또한 심하게 고도가 낮아진다. 올라오고 있는 하이커에게 물어 보았다. "강에서부터 이곳까지 얼마나 걸리느냐?" 대답하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 1시간 30분쯤 걸린다"고 한단다. 인디안 가든에서 상당히 내려왔는데 아직 꽤나 먼 거리리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계속 진행을 해 보겠는데, 너무 무리가 된다고 느껴져 아쉽지만 철수하기로 하고 발길을 돌려 Indian Garden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이 시간에 Grand Canyon Village에는 눈이 쏟아졌다고 한다. Indian Garden으로 돌아오는 사이에 비는 그치고 다시 해가 나기 시작한다. 점심식사를 했다.

 

[갑자기 흐려지며 비가 내리는 그랜드 캐년 협곡]

 


12:20 햇살이 다시 났다. 그대로 올라가기에는 너무 아쉽다. 그렇다고 Colorado 강으로 다시가기에는 이제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결국 Plateau Point로 가기로 하고 일어섰다. 그곳은 Colorado 강 옆 절벽 위의 고원지대이니 Indian Garden과 고도차이도 거의 없고 또 거리가 1.5mile이라 어렵지 않게 다녀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 중앙 초록색이 Indian Garden이고 가운데 선이 난 끝이 Plateau Point]

 


12:47 Plateau Point에 도착하였다. Colorado 강이 손에 잡힐 듯이 있다. 게다가 Grand Canyon을 올려다보는 경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랜드 캐년을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올려다보고 있었다.

 

[Plateau Point 이정표]

 

[Plateau Point 절벽 아래를 흐르는 Colorado 강]

 

[좀 전에 돌아온 Colorado 강으로 내려가던 길도 보인다]

 

[올려다보는 그랜드 캐년 1]

 

[올려다보는 그랜드 캐년 2]

 

[올려다보는 그랜드 캐년 3]

  

[콜로라도 강을 배경으로]

 

 

Plateau Point 정취에 빠져 있다 깨어보니 이제 우리의 현실이 녹녹치 않음을 보여준다. 지금껏 내려온 길을 되돌아 가야하는 고난의 길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이 없이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다른 하이킹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언제 저 높은 곳을 다 올라가나?]

 

 

13:45 다시 Indian Garden으로 돌아와 간식을 했다.

 

[노새를 타고 떠나는 이들이 부럽다]

 


14:00 이제 South Rim으로 올라가는 첫발을 내디뎠다. 인디안 가든에서 3 mile 휴게소까지 약 50분, 그 다음 1 1/2mile까지는 1시간, 마지막 출발지점(Trailhead)까지는 1시간 10분가량 각각 소요되었다.

 

[Indian Garden을 떠나 바로 돌아본 풍경]

 

[고도가 많이 높아 졌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협곡의 대부분이 눈 아래로 내려간다]

 

[마지막 구간 중에 우리가 다녀온 Plateau Point가 선명하게 보이는 곳에서]

 


17:05 출발 후 9시간 15분 만에 hiking을 마쳤다. 오르막은 예상보다 쉬웠다. 하이킹을 마치고 상점에 들러 커피를 사가지고 나서는데 우리와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친구가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내게 "Good Job!!"이라고 외치고 간다.

 

[드디어 정상에??]

 

 


17:30 Grand Canyon과 작별하고 Williams로 향했다.

 

 

[그랜드 캐년 하이킹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