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열차[5편]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호수까지 - 이르쿠츠크
제4부 이르쿠츠크 : 바이칼 호수의 관문 도시
제 9 일 [2018. 6. 10 (일)] 이르쿠츠크(Irkutsk, Иркутск) 도착
이르쿠츠크
18세기의 러시아는 동서남북으로 확장하면서 제국의 면모를 갖추었다. 16세기 이래 꾸준한 정복의 결과 시베리아 역시 18세기에 완전한 러시아의 땅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이르쿠츠크는 가장 역사가 깊은 도시로 시베리아의 수도라 칭해지며 시베리아의 관문 역할을 했다. 러시아에게 시베리아는 한편으로 황무지, 미몽의 땅, 가혹한 땅으로 인식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베리아는 가능성의 땅이었고, 특히 인텔리겐치아에게는 러시아 민중의 민주성과 공동체 정신을 발견한 곳이었다. 볼콘스키 일가의 이르쿠츠크 생활은 이러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이르쿠츠크는 현재 이르쿠츠크주의 주도이고 인구는 약 63만명이다.
02:00 잠에서 깨어 이불 커버 등을 벗겨 반납준비를 했다. 집사람이 일어나고 일본 친구를 깨웠다.
03:16(이르쿠츠크 시간, 한국 –1) 이르쿠츠크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려서니 일본 친구의 이름을 커다랗게 쓴 종이를 든 어떤 남자가 문 앞에 서있다. 그 일본 친구에게 남은 여행을 잘 하라고 했다. 그 친구는 새벽에 바로 숙소에 갔다가 오전에 바이칼호수를 찍고 돌아와서 하루를 자고 내일 다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탄다고 했다. 그 친구의 다음 행각이 어떨지 궁금하다.
03:30 이르쿠츠크 역 1층 대합실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역 앞에 나가보니 기차역이 시 외곽에 있어서인지 거리의 분위기가 썰렁하다. 역사 2층에 단기 숙박시설이 있어 올라가 보았는데 사용료도 비싸고(350루블/인) 영어대화가 안되기에 그만 두었다.
06:30 기차역 주변에서 아침식사 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으나 마땅치가 않다. 기차역 2층에 햄버거를 파는 가게와 휴게실이 있어 그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07:00 2층 휴게실로 올라가서 햄버거로 아침식사를 하며 생맥주를 마셨다. 생맥주가 너무 싸서(500cc, 65루블) 한 잔 주문했다.
08:10 이르쿠츠크 기차역 앞에서 숙소 앞까지 가는 4a번 트람에 승차하여 예약해 둔 숙소로 향하였다.
08:30 Avtovokzal(Автовокзал)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가까이에 있는 숙소 Marco Polo Hostel(ул. Октябрьской Революции, 11А)로 찾아 갔다. 종업원이 아직 방이 준비되지 않았으니 12시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알았다고 답하고 체크인(2,880루블/2박)을 하는데 한국 사람이 반가이 맞는다. 부부가 같이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로비에서 기다리며 이 부부가 내온 과일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거의 해외에 체류하였다고 한다. 과테말라에서 스페인어를 3개월 배우고, 인도를 3개월 동안 여행하고 터키와 조지아를 각각 수개월씩 여행하였다고 말한다. 남자(이남연)는 나와 동갑이었으며 고등학교 수학교사를 하다가 정년퇴임 했다고 한다.
12:00 호스텔의 트윈 룸에 짐을 풀고 일단 3일 동안 하지 못했던 샤워부터 했다. Hostel은 대부분의 공간이 비교적 넓고 깨끗하였다.
이르쿠츠크의 관광루트 그린라인(Green Line)
이르쿠츠크 시내 중심부에는 그린라인이라고 부르는 초록색 선이 시내의 여러 유적지를 따라 길바닥에 그려져 있다. 이 선을 따라가면 총 30곳의 유적지를 볼 수 있는데 교회, 성당, 박물관, 기념물 등이 있다. 그린라인의 시작인 1번은 알렉산드르 3세 동상이며 마지막 30번은 130지구 건너편에 있는 거룩한 십자가교회이다. 내가 가지고 간 가이드북에는 이 가운데 중요하다고 보는 10여개의 장소정도가 소개되어 있었다.
14:30 숙소를 나서 가까이에 있는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이르쿠츠크 지도와 관광안내 책자를 얻었다. 그곳을 나와 Timiryazeva 거리(ул. Тимирязева)를 따라 중앙시장으로 와서 가이드북에 소개된 카페 뽀즈니아(Позная)에서 만두 뽀자(Поза)와 야채수프, 맥주를 주문(410루블)하여 1차로 배를 채우고 중앙시장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고나서 2층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 뽀자, 빵, 크바스(음료수)와 보르쉬 등을 주문(225루블)하여 점심식사를 마쳤다.
16:20 중앙시장을 나서 보행자도로인 우리츠키 거리(ул. Урицкого)로 들어섰다. 이르쿠츠크의 보행자도로는 단장을 해놓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아르바트 거리와 달리 옛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길이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길 양 옆에 줄지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행인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보행자도로를 나서 서커스공연장 앞을 지나 키로프광장 방향으로 들어섰다.
16:45 이르쿠츠크 필하모니 오르간 홀과 같이 사용되는 로마-가톨릭 성당에 도착했는데 문이 잠겨있다. 오르간 홀에 걸맞게 내부에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어 그 내부를 보려 했는데 아쉬움을 남겼다.
16:50 오르간 홀 건너편의 구세주교회를 둘러보았다. 이 교회는 외벽에 성상화가 벽화로 그려진 독특한 정교회로 1672년 목조로 건축되었다가 1710년에 석조 건물로 개축되고 1760년대에 이르러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교회 안에서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신도는 많지 않았다. 교회 옆의 동상은 부부와 가족을 수호한다는 성 표트르와 페브로니아 부부라고 한다.
17:00 이르쿠츠크를 가로지르는 앙가라강변으로 나서 주현절성당(Собор Богоявления, The Cathedral of the Epiphany)을 둘러보았다. 이 성당은 1693년에 처음 건축되었다가 화재로 소실되었고, 1718년에 벽돌로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성당 안 전면의 금박테두리 성화가 화려하였다. 성당을 나서 앙가라강변을 따라 걸었다. 앙가라 강에는 유람선이 다니고 있었다.
17:15 앙가라강변을 따라 모스크바 개선문까지 내려왔다가 강변 산책로를 따라 시내 중심가 쪽으로 돌아왔다. 주현절성당의 건너편에는 이르쿠츠크 도시 설립자 야콥 빠하바프(Якову Похабову)의 동상이 서 있다.
17:35 발걸음을 시내 방향으로 돌려 꺼지지 않는 불꽃, 조그마한 카잔성당, 키로프광장을 지나 보행자거리로 돌아왔다.
18:40 중앙시장에 들러 내일 아침에 먹을 체리, 오이, 토마토 등을 구입하고는 길 건너편에서 트람에 승차하여 숙소로 돌아왔다(19:30).
20:00 저녁식사도 거르고 잠에 골아 떨어졌다.
제 10 일 [2018. 6. 11 (월)] 이르쿠츠크(Irkutsk, Иркутск) 둘째 날
08:30 집사람이 어제 중앙시장에서 구입한 오이, 체리, 토마토와 소시지, 빵 등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하여 이남연씨 부부를 불러 같이 나누었다.
09:30 숙소를 나서 그리 멀지 않은 카잔성당을 향하여 걸어갔다.
09:50 카잔성당(Казанская церковь)을 둘러보았다. 이 성당은 이르쿠츠크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정교회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이 교회는 1855년에 착공하여 1892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교회의 내부 정면 왼쪽에는 기적을 전해준다고 여겨지는 카잔 성모마리아의 이콘(icon)화가 있다.
10:20 카잔성당을 나서 트람에 승차하여 시내로 향하였다.
10:30 중앙시장에서 내려 Timiryazeva 거리(ул. Тимирязева)를 따라 2정거장을 걸어 내려갔다.
10:55 130번 지구 건너편에 있는 거룩한 십자가교회(Крестовоздвиженская Церковь)에 잠시 들렀다. 교회 안에서는 어린 아기의 세례식이 진행 중이었다.
11:15 130번 지구에 들어섰는데 숙소에 같이 있던 이남연씨 부부를 만났다. 130번 지구는 화재로 훼손되었던 18세기 목조건물을 복원시키고 옮겨온 거리라고 한다. 입구에는 전설의 동물 바브르가 흑담비를 물고 있는 이르쿠츠크 문장의 동상이 있다. 130번 지구의 끝에는 현대적 백화점이 들어서 있었다.
11:40 130번 지구를 돌아나서 곧장 이어지는 레닌 거리(ул. Ленина)를 따라 10여분 남짓 걸어 가이드북에 나온 음식점 Figaro를 찾았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1인당 600루블이면 코스로 훌륭한 점심식사를 품격 있게 즐길 수 있는 비즈니스 런치를 강력히 추천한다고 했다. 그런데 메뉴에 그런 말이 없어 종업원에게 물으니 내일이 무슨 축일이라 오늘은 비즈니스 런치가 없다고 한다. 메뉴에서 고르면 두 사람이 2,000루블 이상 먹어야 할 것 같아 그 집에서 나왔다.
11:55 Figaro 건너편의 공원에 서 있는 레닌 동상을 지나 칼 막스 거리(ул. Карла Маркса)를 따라 가면 이르쿠츠크 아흘로쁘코프 드라마극장(Иркутский драматический театр им. Н. П. Охлопкова)이 나오는데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그 다음 공원에 앉아 싸가지고 온 빵으로 요기를 했다.
12:30 그린 라인 1번인 알렉산드르 3세 동상을 지나 휴양의 섬이라는 유노스찌 섬(Остров Юности)으로 향하였다.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아래에서 몇 명의 낚시꾼들이 훌치기낚시를 한다. 어떤 사람이 한 마리 걸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보지 못하던 물고기였다.
12:30-13:00 유노스찌 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잠시 쉬었는데 갑자기 안경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동안 아이스크림 가게를 왔다 갔다 하며 찾았는데 앉아있던 벤치 뒤에 떨어져 있었다.
13:00 유노스찌 섬을 나와 향토박물관 앞을 지나 레닌 동상이 있는 사거리로 돌아와 그 건너편의 장식상이 있는 분수대 공원에 잠시 들렀다가 레닌 거리를 따라 수카초프 미술관을 찾았는데(13:35) 아뿔싸 월요일은 휴관이라고 한다. 이 미술관은 골라서 보기로 했던 것인데 내게는 미술관을 볼 기회를 주지 않는 모양이다. 다리도 아프고 날씨도 더워져 눈에 띄는 골목길의 카페(Кафе Старый город, ул. Свердлова, 23А)에 들어가 커피와 주스를 마시며 쉬었다.
14:10 카페를 나서 미술관 가까이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다음의 목적지인 즈나멘스키 수도원을 가기 위하여 구글지도의 정보대로 3번 버스에 승차 하였는데 한참동안은 맞는 방향으로 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예상 밖의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다리 건너 첫 정류장에서 하차하였다. 우리가 내린 곳은 이르쿠츠크 기차역 북쪽 지역이었다. 구글 검색을 다시 하고 가까이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다.
14:30 Raysovet(Райсовет) 정류장에서 8번 시내버스에 승차하여 즈나멘스키 수도원으로 향하였다.
14:50 Remeslennoye uchilische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가까이에 있는 즈나멘스키 수도원을 찾아갔다.
14:55-15:10 즈나멘스키 수도원(Знаменский женский монастырь)을 둘러보았다. 이 수도원은 시베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수녀원이라고 한다. 이 수도원은 1689년 목조로 건축하였다가 1762년 석조로 재건하였다고 했다. 이 수도원의 예배당 역시 금빛 장식의 성화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수도원 정문 앞 뜰에는 1920년 러시아 내전 당시 백군 최고 지도자 콜착 장군의 동상이 서 있었다.
15:10 즈나멘스키 수도원을 떠나 걸어서 다리를 건너 어린이 놀이공원을 지나 건너편에 있는 농산물시장을 둘러보고 10월 혁명 거리(ул. Октябрьской Революции)를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16:10).
18:00 숙소 가까이에 있는 슈퍼마켓에 가서 맥주와 저녁식사 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부엌에서 이남연씨 부부가 무엇인가를 볶으며 한국 냄새를 풍긴다. 우리는 그들과 같이 먹기도 어중간 하여 마트에서 사온 감자가루 컵과 아직도 남아 있는 식량으로 방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내일 바이칼호수 알혼섬으로 가는 버스 편은 아침에 종업원에게 부탁하여 예약을 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