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횡단열차[7편]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호수까지 - 리스트비안카 & 귀국
제 6 부 바이칼호수의 마을 리스트비안카 방문하고 귀국
제 14 일 [2018. 6. 15 (금)] 리스트비안카(Listvyanka, Листвянка) 다녀오다.
이제 오늘 밤 늦은 항공편으로 귀국을 하게 된다. 처음 계획부터 오늘은 특별한 일정을 세워놓지 않고 당도하여 정하려고 했었다. 알혼섬에 가서 바이칼호수를 3일이나 보았으나 후쥐르마을이 바이칼호수의 좁은 쪽을 끼고 있어 너른 바이칼호수를 볼 수 없었다. 따라서 넓은 바이칼호수를 보고 또 바이칼호수에서만 서식한다는 물고기 오물(Омуль)을 먹어보려고 여분의 오늘 낮 시간을 리스트비안카(이르쿠츠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70km)에 다녀오기로 했다.
07:00 남아 있는 빵과 체리로 아침식사를 했다. 이제 오늘 밤 늦게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날이니 일찍 짐을 꾸려 숙소에 맡기고 마지막 일정을 마쳐보려고 한다.
07:40 숙소를 체크아웃 하고 배낭을 그곳에 맡기고는 숙소를 나서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08:10 이르쿠츠크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08:30에 출발하는 리스트비안카 행 버스표를 구입하였다(111루블/인). 승차장으로 들어서니 미니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08:30 리스트비안카 행 미니버스가 출발 하였다. 그런데 버스에 탄 승객은 모두 다섯 명쯤 된다. 왜 이렇게 가는 사람이 없을까? 그런데 이런 내 기우는 바로 해소되었다.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가까이에 있는 중앙시장 옆 정차장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승객들이 우르르 올라온다. 곧 미니버스는 만원이 되어 이르쿠츠크 시내를 벗어난다. 리스트비안카로 가는 도로 양 옆에도 울창한 숲과 목초지가 번갈아 나타나고는 했다.
09:45 리스트비안카 도착 전 약 2.5km 지점에 있는 바이칼박물관 정류장에서 하차하였다.
10:00-10:30 바이칼박물관을 관람(입장료 310루블/인) 하였는데 설명이 모두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 그림만 보다가 1층 끝에 있는 작은 수족관 마지막 어항에 분주하게 수영을 하는 바이칼호수에 서식하는 독특한 모습의 바다표범 네르빠를 보고는 입장료 값을 대신한다고 위안을 삼았다. 2층에 올라가 현미경을 통해 바이칼호수에 사는 작은 생명체를 관찰 해보았다. 많은 관람객 중에 그 방을 찾는 이는 불과 몇 명에 불과하였다.
10:40 박물관을 나서 건물 오른쪽을 돌아 뒷산에 있다는 체르스키 전망대로 향하였다. 보통 중간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먼저 다녀온 이남연선생 부부가 2-30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고 하여 걸어서 올라가기로 한 것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 20여분을 올라가니 리프트 타는 곳에 다다랐다. 그 이후부터는 산속으로 접어들어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올라갔다.
11:25 체르스키 전망대에 도착 하였다. 탁 트인 경치는 아름답기는 한데 호수에 연무가 끼어서인지 가이드북의 설명과 같이 기막힌 광경을 만나지는 못했다. 바이칼호수의 유일한 출구인 앙가라 강의 시작점에 있다는 샤먼 바위 맨 윗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정상에서 20여분을 머무르다가 전망대를 떠났다. 하산을 하며 전망대까지 걸어올라 가는 길을 다시 찾아보았는데 리프트 승강장까지는 같은 길로 내려오는데 그곳에서 바이칼박물관 정류장까지는 사람만이 다닐 수 있는 지름길이 있었다.
12:05 바이칼박물관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언제 올지 모를 버스를 기다리는데 예상을 깨고 5분쯤 기다리니 미니버스가 온다. 바로 승차하여 가까이에 있는 리스트비안카로 향하였다.
12:20-14:20 리스트비안카에 도착하여 일단 어시장을 찾아갔다. 이전에 다녀간 여행자들은 이 어시장을 노천시장으로 표현했는데 지금은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잘 구획된 점포에는 말리거나 훈제 또는 익힌 생선들을 팔고 있었다. 그 중의 한 가게에서 익힌 오물(Омуль)을 구입(150루블) 해가지고 옆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가 양고기 샤슬릭, 볶음밥, 보르쉬, 맥주 1리터 등을 주문하여 점심식사를 했다. 계산을 하려고 하니 예상보다 많이 나온다(900루블). 계산을 해달라고 했더니 양고기 샤슬릭은 소고기 보다 50루블이 더 비싸고 맥주는 2잔이 나왔는데 각각 1리터라고 한다.
어시장을 나와 호수 변을 따라 걸어 다니며 구경을 했는데 더 이상 특별한 게 없다. 버스터미널 근처까지 왔는데 등 뒤에서 누가 “아니 왜 여기 계세요?” 한다. 돌아보니 한국 젊은이인데 아마 여행사 가이드인 모양이다. 이 친구 “아 우리 일행이 아니네. 어느 여행사에서 오셨어요?” “여행사 따라 온 게 아닌데…” “개별적으로 직접 오셨어요?” “그런데요” “대단하시네. 여기는 젊은 사람들도 오기 힘든데…” 속으로 “이 친구 여행의 고수를 몰라보네ㅋㅋㅋ”. 옆에 있는 기념품점에 들어가 보니 지금까지 찾고 있던 유리컵이 눈에 들어온다. 무르만스크 대신에 바이칼호수가 그려져 있다. 그 컵을 샀다(270루블). 더 이상 할 게 없다. 이르쿠츠크로 돌아가기로 했다. 친구가 딸찌 민속촌을 권유 했으나 나도 집사람도 별로 관심이 없어 바로 이르쿠츠크로 가기로 했다.
14:25 버스터미널 앞에 서있는 이르쿠츠크 행 미니버스에 승차하여 출발하였다.
15:30 이르쿠츠크 중앙시장에 도착하여 하차하였다. 집사람이 차가버섯으로 만든 차를 사고 싶어 하여 시장 건너편에 있는 약국에 가서 차가버섯 가루로 된 차를 4개 구입하였다. 그런데 약국에서 나와 벤치에서 쉬며 용기에 붙은 레이블을 자세히 보니 유효기간이 8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약국에 다시 찾아가서 교환을 요구 했으나 동양계 여자 약사(아니면 판매원)는 아직 유효기간이 남았으니 절대 교환할 수 없다고 한다.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는 여학생의 도움을 받아 계속 설득을 해보았으나 막무가내다. 그러다가 245루블짜리를 103루블짜리로 교환해 주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집사람이 화가 나서 다 꺼내 놓으니 아마도 반품을 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였는지 돈을 돌려주었다. 아무튼 이렇게 러시아에서 마지막 날 이미지를 구겼다.
16:10 중앙시장을 다니며 잣 1봉지를 구입하고 햄 같은 수제 소시지와 훈제된 돼지삼겹살을 구입하였다. 시장 밖으로 나오니 러시아의 음료 끄바스(Квас)를 파는 노상점포가 있기에 한 잔 사 마셨다. 독특한 맛의 이 음료는 시원한 맛을 냈다.
17:10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찾고 주방에 들어가 커피를 타 마시며 잠시 쉬었다. 입구에서 고객을 접객하는 아가씨가 영수증을 가져다준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을 하며 지낸 숙박업소에서 영수증을 처음 받아본다.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 일찍 공항으로 가서 저녁식사도 하고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17:40 숙소를 나와 80번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18:20 이르쿠츠크 공항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여객터미널이 뒤바뀐 모습이다. 국제여객터미널은 오래된 작은 건물이고 국내선 터미널은 새로 지은 훨씬 더 큰 건물이었다. 그런데 짐을 X-ray에 통과시키고 국제선여객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출국수속을 하는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로비에는 아무 시설도 없이 의자만 몇 개 덩그러니 놓여있다. 도저히 그곳에서는 몇 시간을 보낼 수도 없는데다가 저녁식사를 할 수도 없다. 일단 혼자 밖으로 나와 식사할 곳을 찾아보았다. 공항주변에 음식점이라고는 국내선터미널 앞에 2곳이 있고 멀리 떨어져 하나 더 있었다.
19:00 국내선터미널 앞의 음식점으로 가는데 나이 지긋한 한국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그 사람과 같이 음식점에 들어가 닭고기가 들어간 요리와 그리스식 샐러드, 그리고 맥주를 시켜놓고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한국 사람은 아무 것도 주문을 하지 않는다. 낮에 중앙시장에서 구입한 훈제 돼지삼겹살을 꺼내 먹어보라고 했다. 사실 내가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다. 독특한 맛이 났다. 그 한국인은 나이가 70이라고 하고 집이 부산이라고 했다. 자기는 전문가 수준의 등산인 이었다고 하며 8,000m 이상의 봉우리를 2곳 등정 했다고 한다. 박영석 대장이 형님으로 모셨다는 이야기도 했다. 산티아고 가는 길 600km를 15일에 주파 했다고 자랑도 한다. 이번에 이르쿠츠크에 온 이유는 8월 중에 부산 의사회 회원들과 바이칼호수 주변을 며칠 간 트래킹을 하고는 몽골로 가는데 그 기차표를 사기 위하여 3일 전에 왔다고 한다. 일본의 산은 수도 없이 다녔다고도 했다. 내가 말했다. “돈이 엄청 많으신가 봐요” “아니 그렇지는 않은데……” 아무튼 이 사람 혼자 끝없이 주절댄다. 창밖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21:00 음식점을 나서 그쳐가는 비를 맞으며 국제선터미널로 갔다. 30여분을 기다리니 출국수속장의 문이 열리고 전기가 들락날락 하면서 출국수속을 한다. 탑승대기실에 들어가니 작은 면세점이 2개 있다. 금발의 러시아 아가씨가 우리말로 러시아는 안 좋고 한국은 너무 좋다고 말하며 잣이 껍질째 들어 갈색을 띠는 보드카를 가리키며 이 보드카가 맛있다고 권한다. 그 보드카와 무색의 보드카 각각 1병씩 구입하며 쓰다 남은 러시아돈 1,100루블을 계산의 일부로 내밀었다. 주머니에는 동전만 몇 개 남았다.
22:30 탑승이 시작되었다. 출입문 밖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승차하여 활주로 옆에 서 있는 대한항공 KE0984편 항공기 옆에 내려 트랩을 올라 탑승하였다.
23:52 정시보다 3분 일찍 움직인 항공기는 텅 빈 활주로를 따라 출발지점을 찾아갔다.
제 16 일 [2018. 6. 16 (토)] 귀국
00:00 KE0984편 항공기가 이르쿠츠크 공항을 이륙하였다. 이륙 후 바로 항공기 내의 불을 꺼 취침시간을 주고는 착륙 1시간 30분 전쯤에 등을 켜고는 오믈렛을 준다.
04:25 대한항공 KE0984편 항공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하였다. 자동입국수속을 하고 배낭을 찾아가지고 입국장 출입문을 나섰다. 춘천으로 가는 공항버스는 첫 차가 06:30에 출발한다기에 승차권을 구입하고 대합실에서 기다렸다.
06:30 춘천으로 가는 공항버스에 승차하여 이번 여행을 마쳤다.
[러시아(동부) 여행일기 끝]
[추신] 이번 여행에는 항공료(1,087,000원), 철도요금(약49만원)을 포함하여 집사람과 둘이 15일간 약 260만원 정도 지출하였다. 상세한 내역이 궁금한 독자께서는 반드시 본인 소개를 넣어 필자의 이메일(kwmolee@hanmail.net)로 요청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