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겨울 지리산 종주 산행
제3부[1월 26일(화)] : 종주산행 2일차 연하천대피소에서 장터목까지
오늘은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하여 장터목까지 간다. 이 구간은 평균고도가 1,500m에서 시작하여 1,700m까지 약 200m 높아진다. 중간에 형제봉, 덕평봉, 칠선봉,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등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어 다소 힘든 구간들이 나오고는 한다. 이 구간에는 특징이 있는 곳은 별로 없으나 중간에 대피소가 2곳(벽소령대피소, 세석대피소) 있다. 연하천에서 장터목 구간의 지도상 거리는 13.3km이고 산행시간은 6시간 30분으로 되어 있다. 벽소령대피소를 통과하고 나면 천왕봉을 가까이 보며 걸을 수 있어 둘째 날의 힘든 산행을 다소 덜어준다.
밤중에 잠이 깨서 밖으로 나와 보니 어제보다 바람이 더 강해졌다. 오늘 산행이 힘들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산장지기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정도면 겨울철에 가장 좋은 날씨라고 한다. 바람은 항상 부는 것인데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그래도 어제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분다면 추위와 싸워야 할 텐데....
06:30 잠자리를 정리하고 취사장으로 내려가 라면을 끓이고 어제 지어놓은 밥과 같이 아침식사를 했다. 7시경 밖으로 나오니 동쪽이 붉게 물든다. 그런데 바람소리가 한결 작아졌다. 좋은 징조다. 옆에 있던 어떤 분은 "어제 아침 장터목에서 일출을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 보게 생겼다"고 한다.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종주를 하는가 보다.
[연하천대피소의 동쪽하늘 07:05]
07:35 해 뜰 무렵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하다. 잠시 내려가던 등산로는 완만하게 오르다가 가파르게 오르며 형제봉을 넘어선다. 형제바위에 도착(08:27)하여 올라가 볼까 했으나 아직 바람도 강하고 날씨가 추워 그냥 지나쳤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다.
[연하천대피소 화장실 뒤로 해가 솟아오른다]
[햇볕을 받은 나무들이 붉게 물들고]
[이제 출발이다]
[형제봉 오르기 전의 지리산 남쪽 지역 조망]
[형제바위 통과]
[형제바위-2009년 8월 사진]
09:12 벽소령대피소(1,340m, 노고단고개 기점 14.1km)에 도착하다. 벽소령대피소 시설은 지난여름 종주산행기에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곳에서 20여분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였다. 벽소령은 달빛이 아름답다하여 碧宵明月이라고 한다. 벽소령의 한자는 푸를 碧, 밤(또는 초저녁) 宵로 쓴다. 푸른 밤. 지난해 이곳에서 하루를 지냈는데 딱 어울리는 이름으로 기억되어 있다.
[벽소령대피소까지 연결된 임도-오른쪽]
[우리가 지나온 형제봉과 형제바위]
[벽소령대피소]
09:32 벽소령대피소를 출발하다. 해가 높이 떠 오르니 예상과는 달리 바람이 자자들고 기온이 올라가서 추위가 가신다. 등산하기에 알맞은 날씨가 되었다. 벽소령에서 선비샘까지는 처음 평지 같은 등산로를 따라 20여분 진행하다가 덕평봉을 지나기 위해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10:35 긴 오르막을 지나 덕평봉(1,521.9m) 아래에 있는 선비샘에 도착하다. 덕평봉 정상부근에서는 남쪽 사면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이를 지나면 시야가 탁 트이며 선비샘에 이르게 된다. 선비샘에서 남해바다가 보이는 조망이 아름답다.
[선비샘]
[선비샘에서의 조망 1]
[선비샘에서의 조망 2 - 남해바다]
[선비샘에서 한 컷]
11:26 긴 구간을 내려오다 작은 고개에 오르면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고 앞에 지리산 제일봉 "천왕봉"을 찾아보세요!라는 제목이 붙은 안내판이 나온다. 그 너머로 지리산의 연봉들이 줄지어 펼쳐진다. 바로 우리가 앞으로 넘어야할 봉우리들이다.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 그리고 제일 높게 보이는 천왕봉. 이 모든 봉우리가 그 모습을 선명히 보여 준다. 지난여름보다 더 맑은 날씨라 천왕봉이 더 가까이에 다가와 있다.
안내도에 이런 글귀가 기록되어 있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종주능선(25.5km)에서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천왕봉 일출(天王日出)을 비롯하여, 노고운해(老姑雲海), 반야낙조(般若落照), 벽소명월(碧宵明月), 세석철쭉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를 모두 섭렵한 사람은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 그 오른쪽이 촛대봉]
[잡아당겨 가까이 촬영해 보다]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 컷]
이곳을 지나 영신봉에 오르려면 가파르고 긴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나서 또 오르막을 지나야 한다. 오늘 제일 힘겨운 구간이다.
[영신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에 설치된 계단을 김군이 힘겹게 오른다]
[계단 중간 천왕봉이 보이는 곳에서 한 컷]
12:43 영신봉(1,651m, 노고단고개 기점으로 19.8km)을 지나다. 영신봉을 넘어서니 바로 촛대봉이 보인다. 촛대봉 직전에 세석대피소가 있다.
[영신봉 이정표]
[촛대봉]
12:56 세석대피소(1,553m, 노고단고개 기점 20.4km)에 도착하다. 벽소령에서 세석평전까지 지도상 소요시간은 양 방향 모두 3시간인데 좀 잘못 측정된 것으로 느껴진다. 천왕봉 방향은 고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반대방향과는 30여분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이 구간을 3시간 40분가량 걸었다. 세석대피소에서 햇반을 3개 구입(각 3,000원)하고 라면을 끓여 점심식사를 했다.
[세석대피소]
14:10 세석대피소를 떠나 오늘의 숙박지 장터목대피소를 향하다. 촛대봉까지의 등산로 양쪽 세석평전에는 철쭉이 무수히 자라고 있는데 겨울이라 나뭇가지만 앙상하다. 여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세석평전]
14:35 촛대봉(1,783m, 노고단고개 기점 21.1km)에 올라서다. 촛대봉의 정상은 나무가 없는 돌산으로 시야가 탁 트였다. 북동쪽으로는 천왕봉까지의 연봉들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영신봉과 세석대피소가 보인다. 촛대봉의 정상에는 이군과 지군만 올라갔다. 나는 지난해 올라가 보아 그만두었고 김군은 다리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제 장터목대피소까지는 삼신봉과 연하봉을 넘어서면 된다. 삼신봉을 넘으면 마지막 봉우리 연하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촛대봉 이정표와 그 뒤의 천왕봉]
[촛대봉 정상]
[촛대봉 정상에 올라간 이군과 김군]
[촛대봉 정상에서 담은 천왕봉의 모습]
[촛대봉을 넘어서는 고개 - 나와 김군은 이곳에]
[연하봉]
15:56 마지막 봉우리 연하봉(1,730m, 노고단고개 기점 23km)을 통과하다. 이제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장터목으로 내려가게 된다.
[연하봉 통과]
[연하봉 근처의 조망]
[구름에 달 가듯이 마지막 언덕길을 가는 나]
16:17 드디어 둘째 날 숙박지 장터목대피소(1,653m, 노고단고개 기점 23.8km)에 도착하였다. 07:35에 연하천대피소를 떠났으니 8시간 40분 소요되었다. 점심식사 시간을 빼면 실제 산행시간은 약 7시간 30분이다. 지도상의 소요시간보다 약 1시간이 더 걸렸다. 장터목이라는 이름은 옛날 "산청군 시천면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이나 물건을 사고팔던 곳"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장터목대피소]
남은 쌀로 밥을 짓고 찌개를 끊여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나와 지군이 가지고 온 훈제오리를 볶아 소주를 마시는데 안주의 맛이 지난해와 같이 일품이다. 남은 소주가 모자랐다. 그런데 어떤 이가 와서 술이 남았으면 좀 달라고 한다. 우리도 부족한데..... 장터목대피소의 소등시간도 동절기에는 20:30이었다. 시간 맞추어 침상을 배정받고 모포를 2장씩 대여했다. 이 대피소는 난방이 잘된 때문인지 침낭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
[이군, 김군 그리고 취사장 풍경]
[제 3 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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