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크로드 & 베이징 여행[제 2 부]
제 3 일 2013. 7. 1 (월) 우루무치 ⇨ 투루판(吐魯番)
맑음
아침식사를 하며 지난밤에 도착한 젊은 부부와 여행 이야기를 했다. 이들은 지난해 결혼을 하였는데 새로운 무엇인가를 위해 무조건 직장을 그만두고 10개월 여정으로 파키스탄, 인도, 유럽, 남미, 미국 등지를 여행하겠다고 한다. 내가 젊었다면 과연 저런 용기가 났을까?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 부부는 카시(喀什, 객십)로 가는 기차를 탄다며 민박집을 바로 나섰다.
홍산궁위안, 런민궁위안
우루무치 시내 중심부에는 커다란 2개의 공원이 있다. 그 하나는 홍산궁위안(红山公园, 홍산공원)이고 또 하나는 런민공위안(人民公园, 인민공원)이다. 홍산궁위안은 해발고도 934.4m의 红山에 있는 공원으로 이 산은 크고 작은 붉은 암벽들로 이루어져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홍산궁위안에는 1788년에 건축된 전룽타(镇龙塔, 진용탑), 우루무치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遠眺楼(원조루), 大佛寺 등이 있다. 런민궁위안은 우루무치 강이 흘러들어가는 습지를 청나라 말기에 공원으로 조성한 곳으로 시민들의 휴식장소로 이용되는 20만m2의 시민공원이다.
08:35 BRT를 타고 红山으로 향했는데 红山은 나오지 않고 北门에 왔단다. BRT 2번을 탄다는 게 승차장을 착각하여 3번을 탄 것이다.
[註] BRT는 Bus Rapid Transit의 약자로 우리나라에서는 간선급행버스체계라고 번역하는데 도로에 별도의 버스전용차선을 설치하여 이 버스만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우루무치에는 3개의 BRT 노선이 있으며 노선 간 환승이 가능하다. 필자는 이와 유사한 버스운행 방식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경험했으며(TransJakarta) 우리나라에서는 세종시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09:37-11:10 红山公园과 人民公园을 둘러보았다. 입장료를 따로 지불하고(5元/인) 올라갈 수 있는 遠眺楼에 올라가니 우루무치 시내 전체를 볼 수 있었다.
11:35 가이드북에 잘못 표기된 주소(红旗路 52번지를 105번지로 표기) 때문에 헤매며 찾은 苏氏牛肉面(쑤스뉴러우멘)의 맛은 그저 그랬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新华北路까지 걸어가서 63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13:30 민박집 주인장과 작별인사를 하고 민박집을 나서 길 건너에 있는 운남쌀국수집에 가서 苏氏牛肉面에서 남긴 배를 쌀국수로 채웠는데 국물이 시원했다.
14:30 BRT 3번에 승차하여 北門에서 내려 다른 방향에서 오는 BRT 3번으로 환승하여 三屯碑 정류장에서 내려 공사가 한창인 로터리를 돌아 남부 시외버스터미널인 南郊客運站에 도착하였다(15:00). 물과 바나나를 사들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투루판(吐魯番)행 버스표를 구입하였다. 투루판행 버스표를 파는 창구 이외의 매표창구에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15:30 투루판 행 버스는 15분 정도 지연되어 출발하였다. 투루판으로 가는 도로의 양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량한데 풍력발전기가 수없이 많이 서 있었다.
투루판(吐魯番, 토로번)
실크로드의 天山南路와 天山北路의 분기점에 위치한 투루판(吐魯番, 토로번)은 해발고도 154m 이하인 세계에서 세 번째로 낮은 분지지형이며, 중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7-8월의 낮 최고기온이 평균 섭씨 43도에 이르고 역대 최고온도는 49.6도까지 기록했다고 한다. 반면에 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극과 극의 기후를 보여주는 도시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2,2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도시는 1250년까지 위구르의 수도였다고 한다. 투루판은 중국 제일의 포도 산지로 유명하며 매년 8월말에 포도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투루판 근교에는 많은 유적이 남아있다. 따라서 투루판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은 택시를 대절하여 1일 또는 2일간 투루판 근교의 유적과 볼거리를 둘러보게 된다.
18:00 투루판에 도착하였다. 터미널 바로 옆에 붙어있는 交通宾馆(교통빈관)에 들어가 숙박비를 물어보니 208元(조식 포함)이라고 한다. 예상보다 비싸기는 했으니 방이 깨끗하고 피곤하여 그대로 묵기로 했다. 몇 년 사이에 중국의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느낌이 들었다. 숙소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전화를 했기에 만나보았는데 독일, 프랑스인 각 1명과 합류하여 내일 tour를 하라고 하며 1인당 150元을 내라고 한다. 우리는 시간이 많아 반/반씩 하겠다고 하니 450元(250+200)에 해주겠다고 하기에 우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20:20 숙소를 나서 도로 건너편에 있는 시장(新拓商城)을 둘러보고, 靑年路에 가서 걷다가 도로 옆 음식점에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프랑스에서 온 남녀가 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타고 투루판에 왔다고 했다. 이들은 청두-우루무치-투루판-우루무치-베이징으로 여행을 한단다. 시원한 밖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온다며 실내로 들어가 달라고 한다. 음식점 집 아이가 영어를 물어보는데 귀엽다.
21:40 음식점을 나서 야시장이 열린다는 숙소 건너편에 와보니 야시장은 온데간데없다. 이곳에서 야시장이 열린다는 말이 맞기는 하나? 포도와 맥주 1병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근처에서 저녁식사 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숙소로 들어와 가지고 간 컵라면을 먹었다.
제 4 일 2013. 7. 2 (화) 투루판
흐림, 아침에 잠시 빗방울
투루판에는 오랜 역사에 걸맞게 시내 주변과 근교에 유적과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다. 투루판은 대중교통이 원만치 않은 터라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택시를 대절하거나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여 하루 종일 순례하게 된다. 택시의 경우 종일 대절하면 약 350-400元 정도로 협상할 수 있다고 본다.
투루판의 시내 중심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볼거리로는 자오허구청(交河故城, 교하고성), 쑤궁타(苏公塔, 소공탑), 칸얼징보우관(坎儿井博物馆, 감아정박물관), 푸타오거우(葡萄沟, 포도구), 투루판보우관(吐魯番博物馆, 토로번박물관) 등이 있으며 이 볼거리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돌아볼 수 있다. 또한 투루판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지역에는 훠옌산(火焰山, 화염산)을 중심으로 오래된 유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는데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대개 가오창구청(高昌故城, 고창고성), 아쓰타나구무췬(阿斯塔那古墓群, 아사탑나고묘군), 바이쯔커리커첸포동(柏孜克里克千佛洞, 백자극리극천불동) 등을 방문하고 기호에 따라 투위거우(吐峪沟, 토욕구)를 추가한다.
우리는 투루판을 2일 동안 돌아볼 계획을 세웠으므로 하루에 모든 볼거리를 둘러보게 되면 2일째 할 일이 없어지게 되기에, 일단 오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투루판 시내 중심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볼거리를 찾아보기로 하고 나머지는 다음날 택시를 대절하여 다니기로 했다.
06:50 숙소를 나와보니 거리에는 차가 거의 없고 행인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발효시킨 양 젓을 파는 여인들이 5-6명 시장 앞에 나와 있고 난 빵을 파는 아저씨도 보인다. 숙소 가까이에 있는 시내버스정류장에 가서 그곳을 지나는 버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돌아왔다.
09:00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했다. 쌀죽에 중국 빵과 잡채 같은 면에 몇 가지 반찬이 나왔는데 먹을 만 했다.
자오허구청(交河故城, 교하고성)
투루판 시내 중심에서 서쪽으로 약 10km 지점에 있는 交河故城은 기원전 2세기 전한시대의 유적으로 투루판 역사상 가장 오래된 車師前國의 수도였다고 한다. 현재는 심하게 풍화된 채 방치되어 있지만 한무제가 차사전국을 멸망시키기 전까지는 6,000명이 모여 살던 번성한 도시로 두 줄기의 야르나이제강에 의해 침식된 높이 30m의 수직절벽 위에 건설된 천연요새였다.
09:30 숙소를 나서 바로 앞에 있는 시내버스정류장에 가서 交河故城口가 종점으로 표시된 101번 시내버스를 탔다.
10:05 버스에서 내려 보니 상황이 황당하다. 어떤 여행자의 글을 보니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交河故城까지 갔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택시는커녕 지나가는 차가 거의 없다. 건너편에 가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알아보러 길을 건넜는데 지나가던 미니버스가 집사람을 보고 차를 세웠다. 다시 길을 건너가서 기사에게 交河故城에 가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며 1인당 3元이라고 한다. 미니버스는 도로에서 떨어진 마을의 손님을 내려주는 등 한참동안 달려서야 우리를 내려주었다.
10:20-11:55 交河故城 입장권(40元/인)을 끊고 들어가서 둘러보았다. 흙을 파서 건설하였다는 고성의 건물들은 대부분 침략에 의해 폐허가 된 후 오랜 풍화로 훼손되어 우리의 눈에는 어떤 형태의 건물인지 알아볼 수 없는 흙더미로 보였다. 따라서 交河故城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설명없이 게시한다.
12:00 交河故城을 나서 시내로 돌아갈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데 오토바이 뒤편에 트럭을 달아 개조한 차가 오기에 102번 버스 타는 곳까지 얼마냐고 하니 10元을 달라고 하기에 깎을까 하다가 노인이라 그냥주기로 하고 올라탔다. 노인은 바닥에 담요를 깔아준다.
12:10 102번 버스를 타고 반대편 종점인 쑤궁타(苏公塔, 소공탑)까지 갔다(12:50).
쑤궁타(苏公塔, 소공탑)
투루판 시내 중심에서 남동쪽으로 6km 지점에 자리한 소공탑은 1779년 투루판 지방 군주였던 쑤라이만(苏来滿)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전해지는 탑으로 이슬람 건축양식을 도입하여 벽돌을 원추형으로 쌓아올렸으며 높이가 44m이다. 탑 아래 사원 주변은 묘지로 조성되어 있다.
13:00-13:20 쑤궁타를 둘러보았다. 비싼 입장료(30元/인)에 비하여 너무 볼게 없다. 어떤 여행자가 밖에서 들여다보고는 다시 나왔다는 말에 동감이 간다. 쑤궁타에서 어제 만났던 프랑스에서 온 남녀를 또 만났다. 그들은 250元에 택시를 대절해 오늘 하루 동안 둘러보고 저녁에 우루무치로 돌아간다고 했다.
13:35 쑤궁타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다 투루판박물관 앞에서 하차하였다.
13:40-14:00 투루판박물관을 둘러보았다(무료). 박물관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1층에 마련된 무인 짐 보관함(무료)에 가방을 넣고 입장해야 했다. 박물관이 다 그렇듯 이 박물관도 입장료를 받았다면 본전 생각이 날만했다. 박물관에는 투루판 인근의 황량한 사막에서 발굴된 여러 구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14:10-15:00 박물관을 나서 시내 방향으로 향하다가 건너편에 깨끗한 음식점이 보이기에 들어가 보니 다행히 메뉴판에 사진이 붙어있어 채소볶음과 해초볶음(?)에 밥을 주문하여 점심식사를 했다.
15:15 5번 시내버스를 타고 푸타오거우(葡萄沟, 포도구)로 향했다. 이곳은 포도밭 골짜기라고 하는데 입장료가 무려 60元이라기에 들어갈 생각은 없으나 과연 어떻게 생겨먹은 곳이기에 포도밭에 들어가는 입장료를 그리 비싸게 받는지 궁금하여 그 앞이라도 가보기로 했다.
15:30 시내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 거창한 葡萄沟의 정문으로 향하는데 왼쪽에 나이든 위구르인이 그쪽으로 오라고 계속 소리를 질러댄다. 게다가 자가용을 타고 가던 친구는 차에서 내려 계속 따라다니며 뭐라고 주절댄다. 목소리를 세워 그 친구를 보내고 정문 앞에 가보니 이 葡萄沟에는 많은 위락시설이 조성된 AAAA급 풍경구로 되어 있었다. 바로 돌아 나와 5번 버스를 기다렸다.
15:45 5번 버스에 승차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19:00 숙소 건너편 시장에 가서 건포도를 구입하고 나서 양고기 넣은 빵, 만둣국 등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야채가 들어있는 빵 난을 사가지고 왔다.
[제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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