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크로드 & 베이징 여행[제 3 부]
제 5 일 2013. 7. 3 (수) 투루판 동부 ⇨ 둔황 행 야간열차
맑음
오늘은 택시를 대절하여 투루판 동부지역의 볼거리를 찾아보고, 야간기차를 타고 둔황(敦惶, 돈황)으로 이동한다. 투루판의 동부지역의 볼거리는 보통 아래의 다섯 곳을 많이 찾는다.
훠옌산(火焰山, 화염산)
투루판에서 G30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50km를 가면 고속도로 왼쪽에 풀한포기 없는 황량한 붉은 산이 나타난다. 위구르어로 "붉은 산"이라는 의미인 이 산은 혹독한 기상조건에 의해 생겨난 수많은 세로 주름이 햇볕을 받으면 불타는 듯이 보인다고 하여 훠옌산(火焰山, 화염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화염산은 전체 길이가 100km에 달하고, 해발고도 500m 내외의 봉우리가 이어진 산맥이다.
여행자들이 이런 황량한 화염산을 찾는 이유는 이 산이 손오공이 나오는 <서유기>의 중요한 무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 손오공은 삼장법사와 인도로 경전을 구하러 가던 중 화염산을 지나게 되는데, 불타고 있는 화염산을 도저히 넘을 수 없어서 불을 끌 수 있다는 나찰녀의 파초선을 구하러 간다. 결국 손오공은 나찰녀와 싸워 파초선을 얻게 되고 이 파초선으로 부채질하자 비가 내려 화염산의 불을 끄고 천축으로 여행을 계속하였다고 한다.
훠옌산(火焰山, 화염산)의 주변에는 오래된 유적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는데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대개 가오창구청(高昌故城, 고창고성), 아쓰타나구무췬(阿斯塔那古墓群, 아사탑나고묘군), 바이쯔커리커첸포동(柏孜克里克千佛洞, 백자극리극천불동) 등을 방문하고 기호에 따라 투위거우(吐峪沟, 토욕구)를 추가한다.
가오창구청(高昌故城, 고창고성)
高昌故城은 AD 499년 한나라 출신의 국문태(麴文泰)가 세운 고창국의 유적지라고 한다. 둘레가 5.4km에 면적이 200만 평방미터인 방대한 크기이며 전성기에는 약 3만 명의 주민이 거주했다고 한다. 현재는 거의 허물어진 흙담들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형상으로 과연 이들이 과거에 어떤 모양의 건물이었을지 유추해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마차를 타면 직선으로 난 도로 끝에 있는 大佛寺까지 다녀올 수 있는데 이 사찰은 근년에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아쓰타나구무췬(阿斯塔那古墓群, 아사탑나고묘군)
阿斯塔那古墓群은 高昌故城 북쪽에 위치한 고창국 주민들의 공동묘지로, 귀족과 고급관리의 묘에서 서민들의 묘까지 약 500여 개의 묘가 있으며, 3개의 묘실을 공개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화조의 벽화가 남아 있는 묘실과 2구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는 묘실이 있다.
바이쯔커리커첸포동(柏孜克里克千佛洞, 백자극리극천불동)
바이쯔커리커첸포동은 화염산의 북쪽 기슭의 강 절벽에 있는 고창국의 불교 석굴 유적이다. 6세기 고창국 시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약 1km에 걸쳐 83개의 석굴이 있는데 그 중 40여 개 석굴에 벽화가 남아 있다고 한다. 현재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라 개방된 석굴은 몇 개에 불과하다.
투위거우(吐峪沟, 토욕구)
吐峪沟는 화염산 옆을 흐르는 푸른 계곡에 자리한 진흙으로 주거를 지은 마을로 위구르족의 전통적인 생활양식과 건축을 탐사하기 좋은 마을이다. 마을 위 언덕에는 마자르라는 최초 위구르족 이슬람교도의 무덤이 있는데 이슬람의 7대 성지 중의 하나라고 한다. 토욕구는 남북조 시대에 완성되어 1,70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08:10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도 역시 어제와 대략 같은 음식들이 나왔는데 맛이 익숙해서인지 어제보다 더 맛이 느껴진다.
09:20 숙소를 나서 길 건너편에 서 있는 택시에게 우리가 갈 곳을 보여주었는데 감이 없어 보인다. 어디선가 다른 택시가 나타나 젊은 기사가 내리더니 내가 적은 쪽지(위에 설명한 5곳)를 보고 350元 내라고 하기에 200元에 하자고 했다. 다시 250원을 이야기 하더니 내가 그만두겠다고 하니 200元에 가겠다고 한다.
09:35 택시에 올라 투루판 동부지역 tour를 출발하였다. 훠옌산(火焰山)으로 가는 도로 주변은 황량한 사막인데 석유를 퍼 올리는 풍경이 너무 인상적이다. 아무 쓸모없는 땅으로 보이는 그곳에 석유가 묻혀 있다니……
10:10-10:50 火焰山을 둘러보았다(입장료 40元/인). 화염산은 붉은 빛의 주름이 산 전체를 덮고 있었다. 이 주름에 석양이 비치면 불꽃처럼 보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서유기와 관련된 조형물이 여기저기 서 있고 관광객을 태우려는 낙타가 기다리고 있었다. 산 앞자락까지 다녀왔다. 아침인데도 열기가 대단했다. 어떤 여행자의 글을 보니 밖에서도 다 보이기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보고 돌아갔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11:00-11:20 화염산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가면 작은 강이 나타나고 주변에 나무들이 자란다. 이런 황량한 사막지형을 흐르는 강이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택시로 약 10분을 달리니 바이쯔커리커첸포동(柏孜克里克千佛洞)에 도착하였다. 총 83개의 석굴이라고 했으나 보수 중이라서 그런지 개방된 석굴은 4-5 개에 불과했고 석굴 내부에는 희미한 벽화들이 남아 있었다.
11:40 투위고우(吐峪溝, 토욕구)로 가는 길에 검문을 하는데 우리 여권을 들고 가서는 10분 이상 저들끼리 수근대더니 노트에 무엇인가를 기재하고는 돌려주었다.
12:05-12:30 토욕구를 둘러보았다. 어느 여행자의 글에서 이곳은 입장료(30元/인)를 내고 들어갔는데도 거주하는 주민과 사진촬영을 하면 10元, 집으로 들어가면 30元을 내라고 해서 기분이 상했다고 했었다. 그 글을 보고 들어간 우리는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할 수도 없고 집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잠시 마을을 둘러보고 나왔는데 신성시 한다는 마자르는 멀리서 보고 나왔다. 잘못 들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13:00-14:00 가오창구청(高昌故城, 고창고성)을 둘러보았는데 처음에는 잠시 걷다가 너무 더워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보기로 했다. 1인당 40元씩 80元을 달라는 것을 40元을 주고 아줌마 1명과 합승하여 고성 끝에 있는 大佛寺에 갔다. 대불사를 나와 동승했던 아줌마가 안내도에 나온 다음 장소로 가자니까 40元을 더 내라고 한다. 또 내가 마차에 탄 집사람을 촬영하려고 하니 10元을 내라고 한다. 이런 젠장… 돌아오는 중간에 동승했던 아줌마는 사진을 더 찍는다고 내렸다. 고창고성은 관리가 매우 허술하였다. 매표소도 없이 입장권을 파는 직원이 비닐 봉투에서 입장권을 꺼내 주었고 입구는 부서질 듯한 모양의 대문이 걸려 있었다. 고성 안을 운행한다는 마차는 비용을 협상해야 했으며 이 마차를 타고 찾은 대불사는 고성 내의 모든 건물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흙더미 모양이나 대불사 만은 마치 마차운행을 위해 근년에 복원한 것처럼 보였다.
14:05-14:20 아쓰타나구무췬(阿斯塔那古墓群)은 혼자 들어가 보았다. 발굴된 3개의 고분이 열려있었는데 첫 번째 고분에는 방이 만들어져 있는 데 벽에 화조도가 그려져 있었고 두 번째 고분에는 미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세 번째 고분은 지나쳤다. 집사람과 같이 들어갔으면 돈이 아까울 뻔 했다. 투루판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며 기사가 배를 두드린다. 나도 배가 고프다는 몸짓을 했다.
15:00 투루판에 도착하여 투루판 둘러보기 일정을 마쳤다. 기사에게 먼저 200元을 건네고 나서 20元을 더 건네며 “For your lunch!” 하며 배를 만지니 고맙다고 하며 얼굴표정이 밝아진다. 숙소의 식당(路缘美食) 음식 맛이 괜찮아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가서 볶은 국수와 魚香肉丝, 밥을 주문하여 점심식사를 했다. 예상대로 맛이 좋았다. 밤기차를 예약해 놓았으니 시간 보낼 일이 한심하다. 날씨가 무지 더운데 마땅히 가 있을 곳도 없고…… 음식점을 나서 大十字 북쪽의 지하 슈퍼마켓에 가서 음료수를 마시고 쉬다가 시장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찾았다.
18:00 숙소 옆 버스터미널에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짐 검사를 하는 아가씨가 물병을 들고 water냐고 한다. 그렇다고 하니 마셔보라고 한다. 이런 내 원 참. 조금 마시니 Ok라고 한다. 별 일을 다 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18:15 투루판 기차역이 있는 다허옌(大河沿)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였다. 가는 도로 주변은 황량하였다. 그런데 중간 쯤 갔을까 하는 지점에 모래와 자갈이 물에 쓸린 듯 도로를 덮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많은 물이 흘렀을까?
[註] 투루판 기차역은 투루판 시내에서 북쪽으로 55km 지점에 위치한 다허옌(大河沿)이라는 작은 도시에 있다. 투루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하연으로 가는 버스는 수시로 운행되는데 대하연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약 5분 정도 걸어가면 투루판 기차역이 있다.
19:40 大河沿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오른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니 도로 건너편에 투루판 기차역이 보인다. 아직 출발시간이 멀었기에 일단 며칠 후의 여정인 嘉峪關에서 西安으로 가는 기차표를 사려고 줄을 섰는데 전산망이 고장이 나서인지 도대체 진행이 되지 않는다. 30여분을 기다리다 도로 나왔다.
20:30 투루판역 앞에 있는 음식점에 가서 국수와 볶음밥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21:00 기차역으로 가서 다시 줄을 섰다. 2줄 가운데 짧은 줄에 섰는데 창구에서 차표를 사는 사람과 창구 여직원과 고성이 오가며 30여분을 죽인다. 1시간을 기다려 22:05에 창구에 섰는데 내가 사려는 딱딱한 침대칸표가 없고 비싼 침대칸만 남아 있다기에 일단 기차표 사기를 포기했다. 이렇게 거의 2시간을 허비했다.
22:10 기차 승차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다. 세 차례나 기차표와 신분증 검사를 하고는 짐 X ray 검사를 한다. 개찰구에 가니 안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22:30 우리가 탈 기차 개찰이 시작되었다. 15번 승차구에서 기다리는데 43분 기차가 정시에 들어왔다. 기차 안으로 들어가 어둠속에서 자리를 찾았는데 내 자리에 어떤 친구가 누워 내 차표가 맞는지 본다. 기가 찰 노릇이다. 집사람과는 칸이 다른데 다른 승객과 자리를 바꾸자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피곤이 밀려든다. 늦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여 그대로 누울 수밖에 없었다. 기차의 울림이 귀 속으로 들리며 어둠 속을 달려간다.
[제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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