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4국 배낭여행 1개월 : 5년 전의 이야기
이제 페루의 일정이 마무리되어 가는 날이다. 10여일 가량 둘러본 페루는 여행자인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처음 계획으로는 페루 도착 바로 다음 날 둘러보기로 했던 리마의 구시가지(Centro)가 항공권의 변경으로 마지막으로 둘러보게 되었는데 이제 이 센트로 지역만 별 탈 없이 다녀오게되면 페루의 이야기는 내게 오래도록 생각만 하여도 미소가 떠오를 만한 그런 시간들이었다고 기억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마지막 날에 내 일생일대의 사건이 센트로에서 일어날 줄을 어찌 알았으랴? 황당한 사건으로 페루 마지막 날의 여행일기는 공란으로 비어있다가 5년만에 쓰는 남미여행 이야기에서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들의 시간대별 상황을 유추하고 기억을 떠올려 시간대 별로 정리하여 이곳에 올렸다.
제 9 화 Lima Centro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다[2010년 8월 28일 (토)].
09:10 숙소를 나서 케네디 공원 인근의 버스정류장으로 가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 벽면에 Tacna라고 적혀 있는 버스차장에게 ‘Centro?’ 하니 타라고 한다. 버스는 미라플로레스에서 센트로로 뻗은 Arequipa 거리를 빠른 속도로 달린다. 버스의 우회전을 보고 Tacna 거리에 들어섰음을 느끼고 밖을 보니 정류장이 Emancipacion이다.
[미라플로레스에서 센트로로 가는 버스]
[리마 시내버스의 내부 풍경]
[Lima - 구시가지 Centro]
10:00 Emancipacion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그 정류장 이름과 같은 거리를 따라 가다가 리마의 명동이라는 라우니온 거리(Jirón de la Unión)를 만나 산마르틴 광장(Plaza de San Martin)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였다.
[De San Marcelo 교회]
[리마의 명동 라우니온 거리 표지판]
[라우니온 거리 풍경]
10:15 산마르틴 광장을 둘러보았다. 넓은 산마르틴 광장 중심에는 페루 독립운동에 큰 업적을 남긴 산마르틴 장군의 기마상이 서 있고 주변은 온통 흰색의 빌딩들이 빙 둘러 있었다.
[산마르틴 광장 전경]
[산마르틴 장군 기마상 앞에서 인증 샷]
[산마르틴 광장 주변의 빌딩 1]
[산마르틴 광장 주변의 빌딩 2]
[산마르틴 광장 주변의 빌딩 3]
10:25 산마르틴 광장을 나서 북쪽으로 이어진 리마의 명동거리라 불리는 라우니온 거리를 따라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하다가 리마에서 최초로 미사가 거행되었다는 라메르세드 교회(Iglesia de La Merced)가 보이기에 잠시 둘러보았다. 이 교회 내부에는 페루군의 수호신 성녀 메르세드가 모셔져 있다.
[라우니온 거리]
[라메르세드 교회]
[라메르세드 교회의 예배실]
10:40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에 도착하였다. 이 광장은 주변에 대통령궁을 비롯하여 대성당 등 많은 볼거리가 있는 리마 센트로의 중심이다. 대성당을 둘러보고 대통령궁을 비롯한 광장주변의 눈에 띄는 건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대성당은 남미에 건너온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손수 초석을 놓은 페루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고 한다. 피사로는 1541년 6월 암살을 당하는데 현재 그의 유체라고 알려진 미라가 대성당에 안치되어 있었다. 아르마스 광장을 나서 다음의 목적지 산 프란시스코 교회를 찾아 대통령궁의 오른쪽 담을 따라 카라바야 거리로(Jirón Carabaya) 올라가다가 페루 문화센터(Aasa de La Literatura Peruana)를 만나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Ancash 거리로 들어서니 산 프란시스코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아르마스 광장 전경]
[페루 대통령궁]
[대성당]
[대성당의 예배실]
[아르마스 광장 주변의 빌딩들 1]
[아르마스 광장에서]
[[아르마스 광장 주변의 빌딩들 2]
[페루 문화센터]
11:50 아침식사가 부실해서인지 허기가 느껴져 교회 주변에 있다는 가이드북에 나온 음식점을 찾았는데 그 자리에 보이지 않는다. 산 프란시스코 교회 광장 길 건너를 보니 음식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노란 벽에 작은 글씨로 Toque Criollo라고 써있고 김이 나는 단지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안을 들여다 보니 상차림을 준비하고 있기에 종업원에게 식사를 할 수 있느냐고 영어로 물으니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주인장 아줌마를 불러준다. “어떤 음식이냐?”고 물으니 우리나라로 보면 점심특선 요리라고 설명한다. 1인분에 11Sol인데 괜찮은 식사였다.
[Toque Criollo Restaurant의 점심특선 음식]
12:20 음식점을 나서 San Francisco 교회 광장에 들어서니 교회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는 게 아닌가? 도대체 요즈음 이런 교회도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 꽃을 들고 있는 모습이 교회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고 느껴져 줄이 없는 왼쪽의 문을 보니 그 쪽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그 쪽 문을 통해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교회 오른쪽 벽 첫 번째의 예수 상에 참배를 하러온 사람들 이었다(관광객은 입장료 10sol/인). “아마 이곳에 참배를 하면 특별한 복을 주시는 모양이지?”하며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집사람은 앞으로 나가고 나는 교회 내부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물방울이 날아오더니 얼굴에 떨어진다. 얼굴에 떨어진 물기를 손으로 찍어 냄새를 맡아보니 신 냄새가 난다. “아니 이게 웬 식초 같은 게 어디서 떨어졌을까?” 하고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1m50cm 정도의 키에 20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다가오더니 나보고 뭐라고 떠들어 대더니 옷을 가리킨다. 겉에 입은 점퍼를 보니 여러 곳에 회색빛의 반점이 생겼다. 그 애는 내게 다가오더니 수건 같은 흰 천을 꺼내 무어라 떠들며 닦아주려고 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가까이 오는 것을 말리려 하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 때 또 어떤 덩치가 작은 40대의 남자가 나타나 다른 쪽에도 있다고 점퍼를 베끼려 한다.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며 머리카락이 일어서는 느낌이 온몸에 퍼진다. 그런 상황이 약 5분간 지속되다가 정리가 되고나서 그 둘이 가버렸다. 앞서가던 집사람을 찾아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마 천정에서 비둘기가 똥을 쌌나?” 한다. 바로 그때 갑자기 지갑이 생각나며 머리카락이 곧게 서는 느낌이 든다. 손을 주머니에 넣으니 지갑이 없어졌다. 아뿔싸!! 그 사이 지갑이 없어졌구나! 내가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것이구나!!!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집사람에게 지갑이 없어졌다고 말하고 일단 교회 밖으로 나왔다. 스페인어를 하지 못 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나쁜 상상이 다 떠오른다. 그럼에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사람이 “점심 먹던 식당에 가서 주인아주머니가 영어를 하니 도움을 청해보자”고 한다.
[산 프란시스코 교회]
[수 많은 페루인이 꽃을 들고 참배드리는 예수상]
[산프란시스코 교회의 예배실]
13:00(이하 대략 유추한 시간) 음식점으로 다시 들어가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주인아주머니가 놀라며 한참을 수배 하더니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경찰을 불러준다. 그 사람에게 “교회에서 지갑을 도둑맞았다”고 하니 다른 경찰을 불러준다고 하며 기다리라고 한다. 한참 후에 바싹 마른 경찰이 나타나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도 일단 신용카드 분실신고부터 하는 게 낫겠다며 나를 옆 골목에 있는 가게로 데려갔는데 그곳은 인터넷 카페였다. 나보고 전화를 가리키며 신고를 하라고 한다. 인터넷 카페 종업원은 젊은이였는데 나의 도난사건을 매우 애석해 하는 표정이다. “컴퓨터를 써도 되냐?”고 하니 그러라고 한다. 일단 내가 거래하는 국내의 3개 은행의 홈페이지를 열어 전화번호를 찾고 내가 가지고 간 휴대전화로 분실신고를 했다. 남미 대부분의 나라는 휴대전화 방식이 우리나라와 달라 로밍이 자동으로 되지 않으나 페루만은 우리나라와 같은 CDMA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화를 쉽게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터넷 카페를 떠나며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하니 종업원 젊은이는 손사래를 치며 그냥 가라고 한다.
14:00 분실신고를 마치고 나니 그 경찰이 내게 경찰서로 가야한다고 한다. 이것은 또 무슨 뜻인가? 그러면서 택시를 잡아주며 경찰서까지 6Sol에 가도록 해 놓았단다. 좀 어처구니가 없기는 했으나 별 방법이 없어 그 택시에 올라 경찰서로 갔다. 그런데 그 경찰은 우리와 동행하는 게 아니었다. 택시에서 내려 현판을 보니 대강 번역을 해보니 관광경찰서인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서 “왜 왔느냐?”고 묻는다. 또 도둑맞은 이야기를 했다. 그곳에는 영어를 약간 할 수 있는 여직원이 한 명 있었다. 내게 일어났단 상황을 적어 달라고 한다. 나의 신원을 쓰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잃어버렸냐?”는 내용을 쓰도록 되어 있다. 도난신고서의 작성을 마치고 그 여직원에게 제출해주고 나서 한참을 기다리니 문서 한 장을 내게 건네주더니 이제 끝났다고 한다. 좀 황당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으나 소매치기를 당한 경우 경찰이 더 해줄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경찰서를 떠나기 전 내가 말했다. “If you find my……” 하니 더 들어보지도 않고 “I will send it to your embassy”라고 한다. 이미 답이 준비되어 있는 게다. 결국 이 경찰서에서 하는 일은 도둑을 맞은 확인서를 작성해주어 나중에 보험 등을 청구할 때 필요한 공식적인 증빙자료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일을 마무리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내 생애 처음 당한 소매치기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15:00 경찰서를 나서니 내가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택시를 불러 “Miraflores”라고 하니 10Sol을 내라고 한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17:00 케네디공원 주변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 페루를 떠나 칠레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하니 출발준비를 했다. 페루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씁쓸한 밤이 되었다. 프런트에 내려가 내일 아침 5시까지 콜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해 놨다. 내가 소매치기 당한 지갑에는 미화현금 135달러와 3개의 신용카드 등이 들어 있었다. 분실신고를 하는 중에 내 휴대전화에 “XX카드 비밀번호 오류”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도둑놈이 그 카드를 써보려고 시도했던 모양이다. 다행인 것은 여행경비를 모두 환전해 가지고 갔기 때문에 돈 문제는 없었으나 미국으로 돌아오는 항공료가 부족했다.
[제1편 제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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