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Java & Bali] 자유여행
17일 저녁 Probolinggo 여행사에서 Bromo 화산만 둘러보고 바로 밤늦게 Bali의 Denpasar에 도착하고 그 다음날 오전 Ubud(우붓)으로 이동하는 계획을, Ijen(이젠) 화산을 추가하여 둘러보는 2박 3일의 일정으로 변경하였다. 변경된 일정에 따라 오늘 새벽 Ijen 화산의 분화구에 오른다. Ijen 화산이 있는 고원지대는 Ijen(2,368m) 봉우리를 포함하여 Merapi(2,800m), Raung(3,332m)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Java 언어 Gunung Ijen은 "Lonely Mountain(외로운 산)"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Ijen 화산 분화구까지의 트래킹은 Ijen 고원에서 동쪽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인 Paltuding Post에서 시작하며 분화구까지 약 3km로 1시간 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분화구 능선에서 분화구에 생성된 호수(Kawah Ijen Lake)까지 다녀올 수 있으나 바람의 방향에 따라 유황연기를 다량 들이마실 수 있다.
제9일 2013년 1월 18일 (금) Ijen(이젠) 화산 ⇨ Bali, Ubud(발리 우붓)
맑음
03:00 숙소 종업원이 돌며 문을 두드린다. 바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03:30 아침식사라고 하여 식당으로 가보니 도시락을 하나씩 내민다. 뚜껑을 열어보니 삶은 계란 하나에 토스트 2쪽이다. 이게 아침식사라니..... 그런데 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Ijen 화산 입장료와 카메라 사용료를 합하여 1인당 55,000Rp를 내라는 것이다. 내가 이 tour 일정표를 보이며 Ijen 화산 입장료가 30,000인데 어떻게 55,000을 내라고 하냐고 따지니까 이 친구 하는 말이 입장료 25,000에 카메라 30,000이라고 한다. 계속 따지니 No Fee, No Entry라고 하더니 표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같이 왔던 팀에게 같이 가서 이야기를 하려고 그 일행 중 남자와 같이 왔는데 이 사람 “We have no camera!”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사진 안 찍을 거냐고 하니 자기는 스마트폰 밖에 없으니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다. 이 친구 도움이 될까 했더니 도대체 더 나빠진 꼴이 되었다. 할 수 없이 카메라 3대만 쓴다고 하고 190,000Rp를 주고 말았다. Dirty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또 한 면을 본다. 유명한 coffee plantation(Kebun Kalisat)에서 운영한다는 숙소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이 나라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한다.
04:10 정말 더러운 기분으로 숙소를 떠났다. 이러니 이 나라가 아직 이 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의 행선지로 간다. 아직 칠흑 같은 밤이고 밤에 비가 많이 왔었는데 하늘에는 별이 많이 떴다.
04:55 어둠이 아직 전혀 가시지 않았는데 우리를 태운 미니버스가 고갯마루에 정차하였다. 일정표에 나와 있는 Paltuding Post다. 이곳에서 분화구까지는 3km에 1시간 정도의 트래킹으로 다다를 수 있다고 되어있다. 기사가 08:30까지 돌아와 달라고 한다. 기사에게 내가 물었다. “너는 3명을 태우고 Jogja로 갈 거냐?” “그렇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차로 가냐?”하니 자기가 데려다 주고 간단다. 그러면 나머지 일행은 Java 섬의 동쪽 끝까지 touch 하고는 돌아가는 게다. 허긴 그들 중 하나가 하는 말이 오늘 밤새 달려 내일 새벽 5시 도착예정이라고 했었다.
05:00 기사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Ijen 화산 트래킹을 시작하였다. 어둠이 조금씩 거치며 보이는 조망은 새벽에 있었던 더러운 기분을 조금씩 씻어내 준다.
05:40 갑자기 어깨에 메는 통 양쪽에 유황석이 가득 담긴 들것이 보인다. 무게가 90kg이라고 한다. 나는 보지 못했는데 다른 팀 중의 젊은 여자가 그 무거운 들것을 어깨로 잠시 들었다 놓았다고 한다. 내가 도전해 보았다. 처음 일어나려 했을 때는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아 실패했는데 중심을 약간 뒤로 이동하고 일어서니 어깨가 좀 아픈 느낌이 있었으나 쉽사리 일어나진다. 집사람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이거 너무 무리하여 내일 고생하는 거 아닌가?’ 그곳을 떠나 산허리를 돌아서니 유황가스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90kg의 유황석을 진 인부들이 간간히 지나간다. 그 마른 체구에 어떻게 저 무거운 돌을 지고 갈 수 있을까? 가파르게 올라가던 길은 평지로 바뀌어 계속 간다.
06:15 드디어 Ijen 화산 분화구 위에 올라섰다. 이제까지 내가 본 분화구 중에서 천지를 빼고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분화구 가운데는 커다란 호수가 보이고 왼쪽에서는 진한 유황연기가 계속 뿜어져 올라오고 있었다. 유황석은 바로 분화구 호수 주변에서 캐서 지고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저 친구들은 어떻게 저런 초인적인 힘이 날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3명 중 둘이 유황석 캐는 곳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06:20 나는 망설이다가 주어진 시간이 많아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집사람도 일단 따라 나서 10여분 정도 같이 내려가다가 보니 곧게 올라가던 유황 연기가 바람에 따라 우리 앞으로 방향이 바뀌기에 올라가라고 했다. 나는 잠시 더 기다리다 내려가 보기로 했다.
06:43 Ijen 화산 분화구에 형성된 호수 주위에 내려섰다. 맑은 호수가 백두산 천지의 축소판 같았다. 앞서 내려갔던 두 사람은 막 돌아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유황 연기가 뿜어 나오는 곳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멍이 아니라 구멍이 뚫린 여러 개의 통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게 바로 유황석을 만들기 위한 장치인 모양이다. 그곳에는 유황석을 들것에 담는 인부가 하나 있었다. 바람 방향이 바뀌며 유황 연기가 점점 내려온 길을 덮어가기에 사진 몇 장을 부지런히 찍고는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갔다. 그런데 유황 연기는 이미 내려온 길 전체를 덮고 분화구 정상까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 있었다. 목구멍이 칼칼하고 눈이 아프다. 숨 쉬기도 어렵다.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올라갔다. 그 와중에도 내려오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인다.
07:05 분화구 능선에 올라섰다. 집사람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는데 30m 앞도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유황 연기가 자욱하여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올라오던 길을 부지런히 되돌아가서 유황 연기에서 벗어났다. 결국 유황 연기를 엄청 마셨다. 괜찮을라나?
08:00 Paltuding Post에 도착하였다. 3명중 여자 2명은 이렇게 만나 같이 다니게 되어 반갑다고 기념사진을 찍자고 한다. 카메라를 번갈이 가며 서로의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남자 선생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전화번호와 블로그 주소를 전해주었다. 연락이 오기는 할라나?
08:05 우리 일행 모두를 태운 미니버스는 Paltuding Post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를 따라 출발했다. 이 방향으로 가면 Java 섬 동쪽 끝에 닫게 된다. 내려오는 도로 주변은 정글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습한 때문인지 이곳에도 뉴질랜드에서 처음 보았던 고사리나무(fern tree)가 군락을 지어 자라고 있었다. 고도를 계속 낮춘 우리의 미니버스는 Java 섬 거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도시 Banyuwangi를 지나 북쪽으로 방향을 튼다.
08:25 드디어 Java 섬에서 Bali로 넘어가는 페리를 타는 도시 Ketapang에 도착하였다. 2박 3일을 같이 다닌 3명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우리는 미니버스에서 내려 건너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3명을 태운 미니버스는 이제부터 밤을 새워 약 560km를 달려 족자카르타로 간다.
09:40 DAMRI 버스가 왔다. 보통 공항과 시내를 왕복하는 버스를 DAMRI 버스라고 하던데 페리도 같은 대우를 받는 모양이다. 20여분을 기다리며 승객을 태우는데 그 사이 먹거리를 들고 버스에 올라오는 장사꾼에,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는 모자를 내미는 젊은이, 구성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돈 통을 내미는 어린이 등이 있었다. 젊은이에게는 동전을, 어린이에게는 1,000Rp를 넣어 주었다. 버스가 출발하더니 바로 가까이 있는 페리터미널로 들어가 승선을 대기하는 줄에 정차하였다. 페리가 들어오고 Bali에서 온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나오고 나서 우리가 탄 버스가 들어가는데 까지는 30분 이상 소요되었다.
Bali(발리)
발리(Bali) 섬은 열대해변으로 둘러싸인 세계최대의 휴양지 중 하나로 면적이 5,561㎢로 제주도보다 3배 정도 큰 섬이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주민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는 발리섬의 인구는 약 350만명이며 섬 전체에는 4,600여 개의 힌두 사원이 산재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자료에 따르면 발리에 약 20,000개의 사원이 있다고도 하는데 이는 개별 가정의 사원을 포함한 숫자가 아닌가 한다.
발리의 주도는 Denpasar(덴파사르)로 발리섬 남쪽 잘록한 위치에 있는 Ngurah Rai 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약 16km 떨어져있다. 발리섬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은 Ngurah Rai 국제공항 북쪽의 Kuta & Legian 해변과 Ubud, Sanur 등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Ubud에서 2일을 머무르고 Kuta로 이동하여 2일을 머무를 계획이다.
10:30 Ferry의 승하선을 위한 부교를 올리고 천천히 항구를 빠져 나간다. 버스의 승객들이 모두 내리기에 기사에게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어보니 빤히 보이는 Bali 섬의 여객터미널까지 1시간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그재그로 간다는 몸짓을 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페리가 해협 중간쯤을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거의 정지한 상태에서 다시 뱃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11:30 기사의 말대로 1시간 만에 해협을 건넜다. 다시 버스에 승차하여 페리를 빠져 나오니 버스는 바로 정류장으로 들어선다. 많은 승객들이 이곳에서 내렸다. 아마 이들은 이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는가보다. 내려주고 태우고 나서야 우리가 탄 버스는 Bali섬 남쪽 도로로 들어서서 종점인 Denpasar로 향한다. 차창으로 보이는 Bali 섬의 풍경은 Java 섬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도시가 가까워질수록 버스의 속도는 점점 늦어진다.
15:20(발리 시간: -1) 버스에 승차하여 약 4시간 30만에 Denpasar의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이로서 2박 3일의 Bromo-Ijen-Bali tour가 끝났다. 터미널 앞쪽으로 가보니 Ubud까지 택시비가 150,000Rp라고 게시되어 있다. 바로 택시에 올라 Ubud으로 향했다.
16:10 Ubud에 도착하였다. Booking.com을 통해 예약을 한 Swan Inn(US$30/일)은 좁은 골목길을 50m 정도 들어간 끝에 있었다. 방갈로를 준다고 하면서 1, 2층을 배정해 주는데 이제까지 지냈던 숙소 중에서 가장 깨끗한 방에 넓은 발코니에서 야자수를 비롯하여 각종 꽃이 피어있는 멋진 정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방이었다. 짐을 풀어놓고 나자마자 새벽에 Ijen 화산 분화구에서 유황 연기가 잔뜩 밴 옷을 벗어내고 씻어내었다. 아직도 목구멍은 칼칼하다. 여장을 풀고 있는 사이 숙소의 여인이 커피와 차를 가지고 왔다. 여러 가지로 기분을 좋게 하는 집이다.
18:15 숙소를 나서 Ubud 왕궁과 주변의 사원을 잠시 둘러보았다. 힌두교 사원인 Bali의 사원은 다른 나라의 힌두교 사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19:20 Lonely Planet에서 추천하는 우아한 음식점 Three Monkeys에 가서 오랜만에 비싼 음식을 먹었다(총액 428,000Rp). 우리 자리 옆에는 바로 모내기한 벼가 가득한 논이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바로 숙소로 돌아와 그간의 여독을 풀었다. 숙소의 모든 조건이 다 좋은데 Air-con이 없고 Ceiling fan만 있어 좀 더웠다.
[제6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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