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부 바이칼(Байкал) 호수
제 11 일 [2018. 6. 12 (화)]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수 알혼(Ольхон)섬으로
오늘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바이칼호수 안에 있는 알혼(Ольхон)섬으로 가는 날이다. 알혼섬은 바이칼호수에 있는 30여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바이칼호수 윗부분 중간쯤에 71km 길이의 길쭉한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르쿠츠크에서 알혼섬의 최대 마을 후쥐르(Khuzhir, Хужир)까지는 약 300km이며 섬으로 들어가는 약 10분간의 페리(기다리는 시간 제외)를 포함하여 대중교통으로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바이칼(Байкал)호수
지구상에는 많은 호수가 있지만 시베리아의 오지에 숨어 있는 바이칼(Baikal,Байкал)호만큼 관심을 끄는 호수는 드물다. 이 호수는 달리 부르는 이름도 많아서 ‘성스러운 바다’, ‘세계의 민물 창고’, ‘시베리아의 푸른 눈’, ‘시베리아의 진주’ 등으로 불린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오지에 묻혀 있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로 남아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바이칼 호는 러시아의 이르쿠츠크(Irkutsk) 시 부근에 위치하며, 호수의 넓이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넓다. 호수의 최대 깊이는 1,621m로 세계에서 가장 깊으며, 주변은 2,000m급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호수에는 전 세계 민물(담수)의 1/5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바이칼 호의 표면적은 북아메리카 5대호의 13%밖에 안 되지만 물의 양은 5대호를 합친 것보다 3배나 더 많기 때문에 ‘세계의 민물 창고’라고 불린다.
바이칼 호에는 약 365개의 강에서 물이 흘러 들어오고 있지만, 물이 빠져나가는 곳은 오직 앙가라(Angara) 강뿐이다. 이 물은 이르쿠츠크시를 관통하고 시베리아의 예니세이 강으로 합류되어 북극해로 흘러든다[네이버 지식백과 발췌].
08:30 과일, 빵 등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이남연씨 부부는 아침에도 무엇인가를 볶는다.
09:30 이남연부부와 작별인사를 하고 숙소를 체크아웃 했다. 이남연씨 부부는 모레 이르쿠츠크를 떠나 모스크바 방향으로 여행을 계속 한다고 했었다. 알혼섬으로 가는 미니버스는 숙소 바로 건너편에 2대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아무 차나 타라고 한다. 그 중 하나에 승차했는데 요금이 1,000루블이라고 한다. 어제 종업원이 800루블이라고 했는데 200을 더 달라는 게다. 모두 그리 낸 모양인데 따질 방법이 없어 1,000루블씩 주었다. 우리가 탄 미니버스에는 어려 보이는 한국 청년이 타고 있었다. 한국예술학교(?)에 다닌다고 하는데 휴학 중인 배우 지망생(24세)이라고 한다. 다니는 학교가 우리가 아는 한예종은 아니라고 했다. 이 친구 말하는 게 싸가지가 좀 없어 보인다. 아는 체를 하다가 내가 대학에서 은퇴를 한 사람이라고 하니 ‘교수님이세요?’ 하더니 입을 닫아버린다.
10:00 미니버스 2대가 동시에 출발하였다. 두 대 모두 빠른 속도로 북서쪽으로 달리는데 도로 주변은 나무숲이 나타났다가 목장이 나타났다가를 반복한다.
11:40 휴게소에 정차하여 20분 간 휴식하였다. 다른 미니버스에 타고 있던 또 한 명의 한국 청년을 만났다. 이 청년은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다가 무엇인가 다른 길을 찾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1년 간 세계여행을 하겠다며 이제 막 출발했다고 한다. 나의 젊은 시절 같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생각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그의 젊음이 부러웠다. 나와 같은 차에 탄 24세 청년은 연극영화과 복학하기 전 이번 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5회나 관람 하려고 떠났다고 했다. 이런 녀석은 무슨 돈이 이리도 많은 지.......... 휴게소를 떠난 버스는 다시 또 부지런히 달린다.
13:30 미니버스가 바이칼호수 알혼섬으로 들어가는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섬으로 들어가는 차량이 많지 않아 바로 배에 진입하였고 잠시 후 배가 출발하였다. 밖으로 내려서니 호수 바람이 차갑게 분다. 10분 정도 걸려 배가 알혼섬의 선착장에 닿았다. 모든 차들이 후진으로 내리는데 알혼섬을 떠나는 차량들은 길게 늘어서 승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를 내린 미니버스는 비포장 길을 덜컹이며 북동쪽으로 향한다.
14:50 알혼섬에서 제일 큰 마을인 후쥐르(Khuzhir, Хужир) 입구에 도착하니 한국 청년이 내린다. 이 친구는 인사도 하지 않고 훌쩍 내린다. 참 싸가지 없는 녀석이다.
15:05 미니버스가 두 번째로 우리가 예약한 숙소 Bereg Nadezhdy(Берег Надежды) 문 앞에 우리를 내려준다. 직원인 명랑한 아가씨가 우리를 맞았다. 체크인(5,000루블, 조식은 포함, 석식은 주문[1식 600루블/인])을 하고 방(2층)으로 올라갔는데 아마 이 숙소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방이라고 느껴진다. 그런데 좀 낡은 목조 건물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방이라 발걸음에 삐걱거린다.
15:30 숙소의 식당으로 내려와 그릇을 달라고 하여 건육개장을 풀어놓고 빵과 라면 등으로 모자란 점심식사를 채웠다. 방으로 올라가는 데 다른 미니버스에 탔던 청년이 체크인을 하고 나온다. 그 청년의 방은 바로 우리의 옆방이었다. 반가운 만남에 건육개장을 하나 건넸다. 이 청년은 여기서 육개장 맛을 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한다. 자기가 가지고온 만두를 준비해 우리에게 주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나가서 주변을 구경한다고 했다. 그 청년은 우리와 같이 가겠다고 했다.
16:10 청년과 같이 숙소를 나서 언덕 위의 교회당을 지나 호수 가를 따라 알혼섬에서 가장 유명한 부르한곶(Cape Burkhan, Мыс Бурхан)까지 갔다. 말 그대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부르한곶 끝에 있는 샤먼 바위(Shaman Rock, Шаман Камень)는 특별한 감흥을 주지는 않았다. 입구에 서있는 13개의 세르게(샤먼 기둥)는 주변의 풍광과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17:00 동행한 청년이 여기저기 부지런히 다니기에 언제 섬을 떠나느냐고 물으니 내일 아침에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 청년을 남겨두고 숙소로 향하였다. 부르한곶 남쪽 호숫가에는 쪽배를 빌려주는 곳이 있었다. 그곳을 지나는데 미니버스에 동승했던 24살짜리 한국 청년이 그곳에 보인다. 이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몇 걸음 지났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아이 차거와’라고 소리를 지른다. 뒤돌아보니 이 친구가 호수로 걸어 들어가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게 아닌가? 몇 걸음 더 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더 큰 비명소리가 들린다. 다시 돌아보니 이 녀석이 호수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쳐다보는데 이 녀석을 보니 한 손에 카메라가 들려있는 게 아닌가. 배우 지망생이라고 하더니 쇼를 하는 중이었다. 어쩌면 이 친구가 올린 동영상이 지금쯤 인터넷에 돌아다닐지도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숙소에서 보이는 작은 교회에 들러보았다.
17:50 숙소를 나서 후쥐르 마을 중앙로(Байкальская ул)에 있는 가게에 가서 맥주, 치즈 등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그 길에 있는 Кафе ТАВЕРНА(카페 타베르나)가 인상적이다. 오래 전에 그리스에 갔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스의 타베르나는 우리로 말하면 선술집인데 옛날에 이곳은 남자들만 갈 수 있었다고 하는데 저녁에 타베르나에 모여 그리스의 소주인 우조를 한 잔씩 앞에 놓고 밤늦게 까지 노닥이며 보냈다고 한다. Кафе ТАВЕРНА의 간판에는 한국어로 “선술집”이라고도 적혀 있다.
19:00 숙소의 식당으로 내려가 숙소 예약 할 때 같이 주문한 저녁식사(600루블/인)를 했다. 알혼섬에 와서까지 식당을 찾아다니며 밥을 사먹기 싫어 저녁식사를 하겠다고 하였는데 금액에 비해 좀 모자란 느낌을 받기는 했으나 그런대로 괜찮았다.
20:20 바이칼 호수의 일몰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집사람은 피곤하다며 숙소에서 쉬겠다고 하여 혼자 나서는데 옆방의 청년이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선다. 장엄한 일몰을 기대했었지만 구름에 가린 해는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래도 구름 사이로 간간히 비추는 햇살은 바이칼 호수의 아름다움을 크게 더해주었다. 동행한 31세의 청년과 여행에 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이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 일을 했는데 새로운 삶이 필요하다고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그 동안 모은 약 3,500만원을 가지고 1년 동안의 세계여행을 이제 막 시작 했다고 했다. 러시아를 지나 조지아와 터키를 거쳐 유럽을 여행하는 데까지는 대략의 계획이 정해졌다고 하고 그 이후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여행을 마친 후에는 무슨 일을 하겠냐고 물으니 여행을 하는 동안 고민하며 생각할 거라고 답한다. 멋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도 젊었다면 이런 여행을 시도해 볼지도 모르겠다.
21:10 호수 건너편 산 위로 해가 떨어지고 나서 발걸음을 숙소로 옮겼다. 숙소로 돌아와 치즈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며 바이칼 호수 안에서의 첫 밤을 맞았다.
제 12 일 [2018. 6. 13 (수)] 알혼(Ольхон)섬 걷기
06:30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와 샤워장에 가서 물을 틀어보았다, 그런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샤워장이 딱 2개인데 하나는 수도관이 뽑혀있고 나머지 하나가 물이 나오지 않는 게다. 세면장의 수돗물마저도 물이 조금씩 밖에 나오지 않는다(식당 옆 세면장의 수돗물은 잘 나왔는데 새벽에는 문이 잠겨 있음). 세면장의 벽에 붙은 게시물에 이런 내용이 영어로 쓰여 있었다. 알혼섬은 물이 귀한 곳이라 Low Season에는 샤워장을 열지 않으니 반요(사우나)를 예약하여 사용하라. 반요의 사용료는 250루블이다. 아니 6월도 Low Season이라는 말인가? 숙소를 나서 좀 걸어보려 했으나 물안개가 짙게 끼어 호수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숙소로 돌아와 모자란 잠을 청했다. 참 아이러니 한 사실은 세계 담수의 1/5이 담겨 있다는 바이칼호수 가운데에 있는 이 알혼섬이 물이 귀한 곳이라니 말이다.
09:00 식당으로 내려가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식사를 했다. 매우 소박한 식사였다. 식당의 벽에 현지 투어에 대한 정보가 게시되어 있었다. 북부투어 11시 출발 1,100루블, 남부투어 13시 출발 1,300루블에 각각 국립공원입장료 100루블(별도). 우리는 이전의 여행에서와 마찬가지로 투어는 생략하고 여기저기 걷기로 했다. 옆방에서 묵은 청년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09:30경 미니버스를 타고 떠났다. 좋은 여행이 되기를 축원하였다.
10:00 숙소를 나서 가이드북에 Information Center로 표기된 중앙로 상점(?)에 갔는데 얻을 자료는 전혀 없이 벽에 지도만 한 장 붙어 있다. 처음 생각은 넓은 호수를 보려고 섬의 반대편에 가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섬이 너무 컸고 또 트래킹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없어 포기 하였다. 두 번째 시도는 부르한곶 북쪽으로 보이는 긴 백사장 끝에 있는 하란치곶(Мыс Харанцы)까지 가보기로 했다.
10:45 중앙로 끝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가다가 호수방향으로 접어들었는데 호수 가까이에 가니 철망이 쳐지고 국립공원이라는 팻말이 있는데 허가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게시되어 있다. 공원을 돌아가려고 올라갔으나 모래사막이라 도대체 진전이 없다.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호수방향으로 갔다.
11:20 호숫가 백사장에 도착하였는데 아직도 물안개가 자욱하여 호수방향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백사장을 따라 목적지까지 간다는 바램 역시 접고 말았다. 부르한곶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호숫가에 서 있을 때는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오느냐에 따라 덥기도 하고 썰렁하기도 했다.
11:40 부르한곶에 도착하여 남쪽방향으로 가보기 계획을 수정하고는 일단 숙소로 돌아와 식당으로 들어가 남은 식량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13:40 숙소를 나섰는데 거짓말같이 물안개가 싹 걷혔다. 후쥐르 마을 선착장을 지나 남쪽으로 호숫가를 걸어 끝에 보이는 곶까지 가보려고 했으나 집사람이 가봐야 별게 없을 것이라고 그만두자고 한다. 호숫가를 떠나 내륙 쪽에 보이는 전망대에 가보려고 했으나 이 또한 길을 찾을 수 없다. 결국 세웠던 목표를 하나도 성취하지 못하고 시내로 돌아왔다가 중심가를 관통하여 부르한곶으로 다시 갔다. 사진을 다시 잘 찍어보기로 한 게다.
15:30 부르한곶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17:00).
19:00 숙소의 식당으로 내려가 저녁식사를 했다. 어제와 메뉴가 좀 달라졌다. 러시아인은 이렇게 먹는 양이 적은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시내로 나와 맥주와 땅콩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와 마셨다.
20:30 집사람과 숙소를 나서 오늘의 일몰을 보러 나서는데 마당의 바비큐장에 한국인 2부부가 고기를 굽고 있다. 오늘도 역시 구름에 가린 해는 얼굴 내밀기를 쑥스러워 한다. 일몰을 기다리는 동안 유적지 발굴을 하다가 회사를 그만 두고 8개월 동안 여행을 한다는 청년과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간다는 초등학교 처녀 교사 2명을 만났다. 그들이 부르한곶 방향으로 간 후에 10여명의 한국 부부 단체관광객이 주변에 와서는 사진을 찍어 대는데 마누라를 모델로 무슨 촬영대회를 하는 듯이 떠들어 댄다. 그리 서면 실루엣만 나온다느니, 실루엣만 나와도 좋다느니 하며 온갖 포즈와 아양을 떨어가며 셔터를 눌러댄다. 새로운 장소마다 인증 샷 한 장도 겨워 남기는 나의 눈에는 한마디로 가관이다. 저렇게 마누라 모습을 많이 찍어서는 두고두고 꺼내서 보기나 하나? 아무튼 그들이 떠날 때까지 실루엣이라는 말을 50회 이상 들은 것으로 기억된다. 여기서 실루엣, 저기서 실루엣, 그리고 또 실루엣. 아마 꿈속에서도 실루엣을 외치리라.
21:30 숙소로 돌아와 알혼섬의 두 번째 밤을 맞았다. 알혼섬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어 했던 집사람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2003년 뉴질랜드 타우포 호수에서 1박을 할 때 본 무수히 쏟아지는 별은 그 이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가장 비슷했던 날은 지리산 벽소령 산장에서 묵던 날이었다.
제 13 일 [2018. 6. 14 (목)] 알혼(Ольхон)섬에서 이르쿠츠크로
05:00 잠에서 깼는데 목이 칼칼하다. 아마 바이칼 호수의 찬바람이 감기를 데려오려나 보다.
05:40 바이칼호수의 아침 풍경을 보려고 혼자 숙소를 나섰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한 조각의 안개도 보이지 않는 쾌청이다. 숙소에서 부르한곶이 보이는 언덕까지 갔다고 돌아오는데 러시아 젊은이(?)들 다섯 명이 차의 오디오 볼륨을 높게 틀어놓고 무엇인가 구우려고 불을 지피고 있었다.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06:30 숙소로 돌아오니 어제 고기를 굽던 한국인 부부의 아줌마가 샤워장의 더운물이 나온다고 말하기에 샤워를 하려고 내려갔다. 물을 틀어보니 정말 더운물이 나온다. 그런데 몸을 다 적시고 나서 한 1분쯤 지나니 더운물이 끊어지고 찬물이 나오는 게 아닌가? 이런……… 결국 찬물샤워를 하고 말았다..
07:10 집사람이 호수의 아침풍경을 보고 싶다고 하여 다시 숙소를 나서 이번에는 샤먼 바위가 있는 언덕까지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 어디에선가 잃어버렸던 집사람의 양산이 벌판에 누워있는 것을 찾았다.
08:40 떠날 짐을 꾸려놓고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상대적으로 풍성해 보인다.
09:50 미니버스가 숙소 앞에 왔다기에 직원 아가씨에게 체크아웃 한다고 말하고, 작별인사 나누고 미니버스에 올라 숙소를 떠났다. 미니버스는 후쥐르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며 승객을 태우고는 10:10이 지나 후쥐르 마을을 벗어나 이르쿠츠크로 출발 하였다.
11:30 알혼섬을 건너는 선착장에 도착하여 미니버스를 배에 태우고 건너편 선착장으로 향하였다.
14:00 Zhemchug 휴게소(Кафе Жемчуг)에 도착하여 25분가량 휴식하였다. 휴게소에서 점심식사로 체부레끼와 쌈싸를 사서 먹었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체부레끼 2개를 포장해 가지고 미니버스에 올랐다.
15:40 우리가 탄 미니버스가 이르쿠츠크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같은 버스에 탔던 백인 남녀가 내리자 경찰이 다가와 신분증을 보자고 하니 여권을 보여주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계속 경찰과 이야기를 한다. 주머니에 환전해 간 루블화가 얼마 남지 않았다. 환전을 하려고 주변에서 은행을 찾는데 아는 얼굴이 보인다. 바로 2일전 이르쿠츠크에서 같은 숙소에 있던 교사출신 부부다. 이들과는 무슨 인연이 이리 많은지…… 이들은 저녁에 떠나는 열차를 타고 노보시비르스크로 간다고 했다. 이들이 가까이에 있는 은행을 알려준다. 또 잘 지내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15:50 며칠 전 이르쿠츠크에서 묵었던 숙소 가까이에 있는 은행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알혼섬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중국 청년들 4명을 만났다. 이들이 환전을 하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하더란다. 나보고 가보라고 해서 들어가 환전하겠다고 하니 역시 안 된다고 했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시간이 늦어서인가? 은행을 나서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따라오며 우측으로 가서 건너편 첫 도로를 따라가면 다른 은행이 있다고 말해준다.
16:10 거의 중앙시장 근처까지 가니 Krona-Bank(Крона-Банк)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US$60을 내미니 3,696루블을 준다. 은행을 나오다가 다시 중국청년들을 만났는데 그들도 다른 은행을 찾아 환전했다고 한다. 숙소까지 가는 버스노선이 애매하여 또 걷기로 했다.
16:50 이르쿠츠크의 마지막 하루를 보낼 숙소 Z Hostel(Gryaznova 거리 1Б)에 체크인을 했다. 2인실(1,260루블)이 좁기는 한데 새로 단장을 하여 문을 열었는지 매우 깨끗했다. 샤워장 역시 깨끗했다. 알혼섬에서 제대로 못한 샤워를 마치고 휴게소에서 사온 체부레끼, 체리, 마트에서 사온 빵, 치즈 등등으로 부엌에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같은 호스텔에 알혼섬에서 만났던 발굴한다는 청년이 있었다. 저녁식사로 햇반을 2개 데워 먹고 있었다. 그 청년에게 체리를 건넸다.
20:00 지난번에 찾지 못했던 여행자상을 보려고 숙소를 나서는데 발굴청년이 나오다가 우리를 따라다니고 싶다고 한다. 숙소를 나서 칼 마르크스 거리를 따라 북쪽방향으로 3블록 올라가 ‘즐거운 여행자상’을 보고는 본의 아니게 이 청년의 가이드가 되었다. 보행자거리를 지나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며칠 전에 보았던 레닌동상, 향토박물관(청년은 관심이 있다며 내일 본다고 함), 알렉산드르 3세 동상이 있는 앙가라강변까지 내려와 앙가라강변을 따라 가다가 삼위일체 교회(Church of Holy Trinity)를 지나 밤이 깊어가는 이르쿠츠크의 밤거리를 크게 돌아 숙소로 돌아왔다. 발굴청년에게 물었다. 8개월의 여행을 마친 후에는 무슨 일을 할 거냐고. “계속 발굴을 하겠죠?”라고 대답한다. 이 친구는 발굴하는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심기일전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모양이다.
21:50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러시아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제6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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