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부 하바롭스크 둘러보고 두 번째 열차 탑승
제 5 일 [2018. 6. 6 (수)] 하바롭스크 둘째 날
오전 소나기 후 갬
08:30 숙소에서 제공하는 서양식 아침식사를 했다. 빵과 커피, 계란, 소시지, 시리얼, 우유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09:30 숙소를 나서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의 이름을 딴 거리를 찾았다. 이 거리는 숙소 바로 옆 골목길로 거리 이름이 김유경 거리(ул. Ким Ю Чена)이다. 거리명은 그의 실제 이름과 다르게 러시아어로 표기를 잘못하여 ‘김유천’으로 표기되었다고 한다. 김유경 거리를 잠시 걷고는 Karl Marx 거리(ул. Карла Маркса)로 나왔다. 잠시 시내 방향으로 진행하니 레닌광장이 보인다.
09:50 레닌광장을 둘러보았다. 이 광장은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광장이라고 하는데 광장 명칭이 여러 차례 변경되다가 1957년 레닌광장으로 정해지고 레닌 동상도 그 무렵 이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곳의 자랑거리라는 분수에는 물줄기가 멈춰 있었다. 광장 안에는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한 무리의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보인다.
10:00 레닌광장을 벗어나 중앙대로를 따라 내려가는 중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바롭스크 중앙백화점(쭘)이 보이기에 잠시 들어가 보았다. 우리나라 지방의 작은 백화점 정도의 규모이다. 그곳을 나오는데 비가 점차 강하게 내리기 시작한다.
10:30 눈에 띄는 음식점 Siesta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겠다고 하니 자리를 안내해준다. 커피와 레모네이드를 주문(300루블)하여 마시며 비가 자자들기를 기다렸다. 이 음식점의 종업원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입구 안쪽에 한 줄로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1:10 Siesta를 나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56번 버스에 승차하여 예수변모성당으로 향하였다.
11:25-11:40 러시아 동방정교회 예수변모성당과 명예광장 그리고 그 앞의 대조국 전쟁(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를 둘러보았다. 예수변모성당은 하바롭스크 시민과 단체, 기업의 모금으로 2004년에 건립되었다고 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삭성당과 모스크바의 구세주성당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한다. 높이가 95m이고 예배실이 지금까지 본 사원보다 훨씬 컸다. 명예광장은 러시아의 대조국 전쟁 30주년을 기념하여 1975년에 조성되었다. 명예광장 아래에 대조국 전쟁 기념비와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11:40 명예광장을 떠나 언덕을 내려와 우수리스크 가로수길 끝에 있는 아무르강 유람선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12:00 아무르강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하기는 했으나 유람선이 운행을 하는지 불분명 하고 사람들이 전혀 없어 유람선 투어는 포기하였다. 그곳을 떠나 중심가로 다시 나왔다. 이제 비는 그치고 날씨가 맑아진다.
12:20-13:50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터키, 우즈벡 요리 음식점 Sultan Bazar(Султан Базар)에서 샐러드, 만두, 양고기&야채 볶음 등을 주문하여 점심식사(1,650루블)를 했다. 가이드북의 설명대로 내부가 독특한 아랍풍의 음식점이다.
13:50 술탄 바자르를 나서 어제 방문했던 예수승천사원을 돌아 아무르 강변공원(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공원)을 따라 걸어 절벽전망대(Утес)까지 갔다. 그곳에서 보는 아무르 강의 풍경이 아름답다. 전망대 옆에 있는 향토박물관을 관람할까 하다가 분관인 고고학박물관에 외국의 고고학 연구자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가이드북의 설명을 보고 그곳을 보기로 했다.
14:50-15:05 고고학박물관을 관람하였다(입장료 250루블/인).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가이드북의 사진에 나온 건물의 전시실을 보는 것으로 기대했는데, 입장권을 구입하고 나니 자원봉사자(혹은 직원) 아주머니가 우리를 밖으로 인도하더니 건물 후면 계단 아래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 들어가니 어떤 발굴지역을 재현해 놓은 방이 있는데 돌아보는데 딱 5분 정도 소요되었다. 그게 전부라고 한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입장권 구입부터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데까지 딱 15분이다. 500루블을 날린 기분이었다.
15:05 고고학박물관을 나섰다. 이제 하바롭스크에서는 더 이상 볼거리가 없다. 중앙대로를 따라 숙소 방향으로 올라오며 기념품점에 들어가 유리컵을 찾아보았으나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나쯤 사오려고 했던 인형 마뜨료쉬까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걸어서 중앙시장 근처까지 왔다. 집사람이 어제 걸었던 아무르가로수길 나머지 부분을 걷자고 한다.
16:30-16:55 중앙시장 앞의 아무르가로수 길에서 출발하여 하바롭스크 역까지 걸었다. 걷는 중에 하바롭스크의 마지막 일과로 트람을 타고 반대편 종점까지 가보기로 했다.
17:30-18:50 1번 트람을 타고 반대편 종점까지 가보려고 했으나 끝도 없이 가는 듯이 느껴지기에 약 40분을 갔다가 내려 되돌아오며 중앙시장에 하차하였다. 중앙시장으로 들어가 어제 보르쉬를 먹은 2층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이미 문이 닫혀 있기에 돌아 나왔다.
19:00 중앙시장 옆의 백화점 5층에 가니 food court가 있다. 그곳에 한식을 하는 코너가 있어 비빔밥과 육개장을 주문하여 저녁식사를 했다. 육개장은 국적이 불분명한 맛이다.
17:35 백화점을 나서 아파트 촌 샛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제 6 일 [2018. 6. 7 (목)] 하바롭스크 출발, 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
오늘은 이제 두 번째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오르는 날이며 본격적으로 이 열차여행의 맛을 보게 되는 날이다. 오늘 열차에 오르면 2일 14시간 동안 열차에서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그 느낌이 어떨까? 거의 3일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아무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두 번째 시베리아횡단열차 탑승을 기다렸다.
09:00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쌌다. 앞으로 3일간은 샤워를 할 수 없다고 하니 샤워도 했다.
11:30 숙소를 체크아웃 하고 나와 걸어서 하바롭스크 역으로 가는 길에 체리 등을 파는 노상가게가 있어 체리와 방울토마토를 샀다.
11:50 하바롭스크 역 우측에 Fast Food 점이 있기에 들어가 햄버거와 치킨&밥을 주문했는데 햄버거를 다 먹을 때까지 치킨&밥이 나오지 않는다. 주문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여 가서 이야기를 했는데 기다리라고 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치킨을 데워달라고 하여 늦어졌나보다.
13:00 하바롭스크 역에 들어갔다. 이 역사는 외관도 크고 멋있지만 내부 시설도 잘되어 있었다. 특히 역사 안에 셀프 식당이 있었는데 다양한 음식을 선택하여 먹을 수 있었다.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밖에서 햄버거를 먹지 않아도 될 터인데 아쉬웠다. 널찍한 대합실에서 우리가 승차할 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14:20 기차역식당에 가서 수프, 오이&고기볶음, 채소 샐러드, 밥과 생선튀김을 포장해 왔다. 기차역식당의 줄이 길어 포장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집사람이 초조했던 모양이다. 대합실로 올라오니 우리가 탑승할 열차가 도착해 있다는 메시지가 모니터에 떠있었다. 부지런히 우리가 승차할 모스크바행 099ЭА 열차가 서있는 트랙을 찾아갔다. 하바롭스크 역사의 대합실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반대편 문으로 나오면 바로 트랙으로 가는 통로로 들어갈 수 있었다.
14:40 승무원이 승차권과 여권을 대조하고는 승차하라고 하여 모스크바행 099ЭА 열차 8호차 6호실의 23, 24호 침대를 찾아갔는데 우리 아래층 침대에 어떤 아줌마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우리 자리라고 하고 비워달라고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 아주머니도 무엇이라고 말을 하는데 물론 이 역시 알아들을 수 없다. 그 아주머니의 자리는 옆에 있는 7호실에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 아주머니를 보냈는데 이번에는 짐을 그대로 두고 가려고 한다. 우리도 짐이 많은 터라 그 짐을 모두 꺼내 보냈다. 그 아주머니는 불만을 말하는 듯이 느껴졌으나 무시해 버렸다. 이렇게 두 번째 시베리아횡단열차는 삐거덕 이며 시작되었다.
15:14 우리가 승차한 열차는 정시에 하바롭스크 역을 출발하였다. 잠시 후 승무원이 이불 덮개, 베개 덮개 그리고 수건 1장이 든 비닐봉투를 가져다준다. 두 번째 타는데다가 낮 시간이라 이제는 좀 능숙하게 침대를 준비했다. 우리가 탄 쿠페 건너편에는 아래층에 70대로 보이는 러시아 할머니가 있고 위층에는 60대의 동양인이 보인다. 이 친구와 인사를 했는데 일본인이라고 한다. 쿠페 안을 둘러보니 전기 콘센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에는 있었는데? 복도에 나오니 2곳에 콘센트가 있는데 그 나마도 쓸 수 있는 게 하나씩 이었다. 40여명에 전기 콘센트가 2개란 뜻이다. 쿠페 안에 콘센트가 있으면 3일 동안 차분히 여행기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앞의 일본인과 간간히 영어로 대화를 했는데 그는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번에 3주 동안 러시아 여행을 하는데 주 목적이 러시아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일본 경기를 2회 관전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번이 자신의 인생 세 번째 여행이라고 자랑을 하며 내게 묻기에 나는 2년 반 정도 외국생활을 했고 여러 차례 여행을 했다고 답을 하니 기가 약간 죽는 모양이다. 그 친구의 여행계획은 모두 여행사를 통해 세웠다고 하는데 월드컵 입장료를 물어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약 200만원이라고 답을 한다. 이해가 좀 안가는 대목이다.
열차 안을 잠시 구경했다. 식당 칸에 가서 맥주를 1병(200루블) 마셨는데 승객 칸으로는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한다. 6인실에도 가 보았는데 호실 앞에 문이 없이 전체가 확 터지고 4인실이 있는 객차의 복도에도 침대가 놓여있어 수용소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객실로 돌아와 하바롭스크 역에서 사가지고 온 도시락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일본 친구는 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하며 나갔다가 1시간쯤 지나 돌아왔다. 앞의 할머니는 다른 자리에 일행이 있는지 저녁시간에 갔다가 오더니 그 일본인을 찾는다. 식당에 갔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다. 부르주아라는 단어로 들기기는 했다. 21경 잠자리에 들었다.
제 7 일 [2018. 6. 8 (금)] 시베리아횡단열차 2일차
01:00(?) 자정이 좀 지나 어떤 역에서 앞의 할머니가 내리고 러시아 젊은이가 승차 하였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건너편 침대 위층이 자기 자리라고 한다. 위층에서 잠을 자던 일본인이 그 젊은이에게 아래층을 쓰라고 손짓을 해가며 권하는데 이 젊은이 막무가내다. 내가 일본인에게 당신이 내려오는 게 좋겠다고 했다. 결국 그 일본인은 어두운 쿠페에서 침대 카바를 벗겨 가지고 아래로 내려오고 러시아 젊은이는 위층으로 올라가 능숙한 솜씨로 잠자리를 마련하고는 바로 잠을 청한다.
05:00 잠에서 깼다. 1층으로 내려와 화장실에 가서 간단히 씻고 나와 복도의 콘센트에서 스마트폰을 충전 했다.
08:00 컵라면에 누룽지를 넣어 아침식사를 하고 가지고 간 커피를 내려 마셨다. 건너편 위층의 젊은이는 아래로 내려와 빵에 살라미 소시지를 포개 아침식사를 한다. 그 살라미 소시지는 우리가 하바롭스크에서 사가지고 온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을 내보여 주었다. 그런데 일본인은 도대체 무엇을 먹는지 모르겠다. 간간히 짭짤한 일본 과자와 초콜릿을 먹기는 한다.
13:00 식당 칸에 가서 스프, 돼지고기 BBQ 덮밥 그리고 빵과 맥주를 주문(970루블)하여 점심식사를 했다. 한 번쯤은 식당 칸의 밥을 먹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식당 칸 다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과 직원이 승강이를 하고 있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밥을 먹고는 바로 일어섰다.
14:46 Erofey Pavlovich(Ерофей Павлович) 역에 도착하여 21분 정차하기에 내려서 심호흡을 했다. 역 안에 매점이 있었는데 마땅히 살 게 없어서 빈손으로 올라왔다. 건너편의 러시아 청년은 크로아상, 식빵, 큰 소시지 등을 한 보따리 사들고 올라온다. 크로와상과 소시지 등을 내게 권한다. 호의로 생각하고 받아먹었는데 일본인은 전혀 먹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하나? 아니면 소식가인가?
16:56 Amazar(Амазар) 역에 도착하여 18분간 정차하기에 내려서 역 안에서 주민들이 파는 빵과 계란을 사가지고 와서 러시아 청년과 일본인에게 권하였다. 그 일본인은 내가 건넨 빵은 받아먹는다. Могоча 역에서도 15분간 정차하기에 한 차례 더 내렸다. 러시아 젊은이는 내가 꺼내놓은 가이드북을 계속 넘겨보더니 뒷부분에 있는 간단한 러시아 대화 문장을 보고 나의 나이를 묻는다. 67이라고 써 보이니 약간 놀라는 표정이다. 내가 반대로 물었다. 31살이라고 한다. 그런 광경을 보고 일본인이 자기는 62살이라고 쓴다. 러시아 청년의 이름은 Boba라고 써준다. 일본인은 에이지 하라구찌라고 했다. 이렇게 러시아 청년과 약간의 소통이 되었다.
20:30 물만 부어 바로 먹기 때문에 일명 전투식량(혹은 캠핑식량)이라고 하는 카레밥과 곤드레비빔밥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일본 친구는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며 또 식당으로 가고...... 21경 Boba가 옆 호실에 있는 친구와 같이 와서 저녁식사를 차린다. 새로 나타난 친구가 감자가루에 더운 물을 부어 바로 먹는 컵을 내게 건네기에 컵라면을 주었다. 감자가루 컵은 괜찮은 식량이었다. 22시 가까이 되어 밤이 되고 잠자리에 들었다.
제 8 일 [2018. 6. 9 (토)] 시베리아횡단열차 3일차
01:00 잠이 잠시 깼는데 열차가 정차해 있다. 다시 깨니 4시가 좀 지났는데 밖이 훤하고 자작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06:52 Karimskaya(Карымская)에 도착하여 18분 정차한다기에 혼자 열차에서 내렸다. 맑은 아침 공기가 시원하다. 역사를 지나 시내 쪽을 보니 아름다운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교회를 찍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찍어주겠다고 한다. 오랜만에 내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09:05 큰 기차역인 치타(Чита)역에 도착하여 36분간 정차 하였다. 역사 끝에 보니 벽화가 보이기에 이를 사진에 담으려고 그곳으로 가니 바닥에 홍차를 담은 컵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 Photo라고 쓰여 있다. Photo라고 써진 위에 서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니 그림으로 그려진 컵이 카메라 화면에 벌떡 일어나 실제 컵처럼 보이는 게 아닌가? 주변에 있던 사람이 나를 찍어주겠다고 한다. 아무튼 신기한 현상이다.
17:26 Zaigrayevo(Заиграево)에 도착하여 건너편의 러시아 청년이 내렸다. 그 청년은 식빵과 소시지를 모두 먹기 편하게 썰어놓고는 쥬스, 치즈, 설탕, 홍차 등 모든 먹을거리를 남겨놓고 내렸다. 아마도 내가 워낙 잘 먹으니 가는 동안 먹으라고 정을 표현 한 모양이다. 구글 번역기로 You are Good Friend를 치니 Вы хороший друг라고 나온다. 내리는 그 젊은이에게 이 말을 해주었다.
그 청년이 내린 이후 돌변한 일본 친구의 행태가 가관이다. 집사람이 저녁식사로 컵라면을 먼저 먹고 나니 그 일본인이 식당에 다녀오겠다고 한다. 내가 식당에 가지 말고 이 친구에게 카레밥을 먹어보라고 내밀었는데 사양함이 전혀 없이 바로 받는다. 물을 넣고 15분 기다리라고 했다. 밥을 열어 몇 숟가락을 먹어보더니 러시아 청년이 남기고 간 치즈를 밥 위에 넣어 먹는 게 아닌가?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손도 대지 않던 소시지도 계속 집어먹는다. 도대체 이 친구의 행태는 무엇인가? 빵도 집어 들어 꾸역꾸역 먹기에 우리가 가지고 간 건육개장으로 국물을 내어 찍어 먹으라고 했더니 맛있다며 빵을 계속 국물에 찍어 먹는다. 남은 국물을 먹고 싶어 하는 눈치기에 다 먹으라고 했더니 건더기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 흡입을 한다. 그렇게 다 먹고 나서는 통에 남아 있는 쥬스를 짜듯이 부어 마시고 나서 조그마한 초콜릿을 한 개 내게 내민다. 도대체 이게 일본인의 본 모습인가?
19:08 울란우데(Улан-Удэ)에 도착하여 26분간 정차하였다.
21:55 복도에서 어두워진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큰 호수가 나타난다. 바이칼호수라는 느낌이 들기에 “바이칼호수다”라고 말하며 집사람을 불러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으나 바다 같은 넓은 호수가 마지막으로 보이는 빛에 일렁이고 있었다.
23:00 이제 내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짐을 싸놓고 누었는데 저녁에 남아있던 커피를 마저 마셔서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일본 친구는 알람이 되는 시계가 없다며 새벽에 깰 걱정을 한다. 이 친구는 아마도 스마트폰의 알람 기능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내가 깨워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사실은 내가 아니어도 승무원이 하차 30여분 전에 깨워준다고 한다.
[제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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