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수년 전의 추억을 따라 찾은 불암산-수락산
등산!! 젊은 시절에는 내가 앞으로도 계속 술 마시고 담배를 태워도 되는지 체력을 테스트 한다는 명목으로 1년에 한 두 번 그야말로 오기(傲氣)로 설악산, 소백산 등 나름대로 좀 긴 산행 기회가 있으면 따라 다니다가, 나이 들어 정기적으로 산을 찾은지 이제 여섯해가 되었다. 나의 산행은 주로 고등학교 동기들과 다니는 산행, 직장에서 1년에 몇차례 떠나는 산행, 혼자 떠나는 산행, 그리고 집사람과 가까운 산을 찾는 산행 등 한달에 2-4회 정도 산을 오른다.
요즈음 인기 포탈싸이트(다음이나 네이버 등)에 가면 취미생활 카페가 수도 없이 많이 개설되어 있다. 나도 춘천에서 혹시 산행에 동참할 만한 곳이 있나 찾아 보다 수년 전에 2곳에 가입을 해두었었다. 그 하나는 춘천푸른산악회이고 또 하나는 춘천거북이산악회다. 이 산악회 중에 좋은 산행지가 공지되면 따라가 보았으면 했었다. 주일에 억매여 있는 내게는 토요일마다 산행을 떠나는 거북이산악회가 더 가능성이 높은 산악회라는 생각이 들고는 했었다.
시간 나는 대로 거북이산악회의 카페에 들러 산행지를 찾아보고는 했는데 지난 2월 하순경 불암산과 수락산을 같이 넘는다는 산행계획이 눈에 들어온다. 옛 생각이 떠올랐다. 불암산은 70년대 초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공릉동(당시 성북구)에서 하숙을 하던 어느 날 하숙집 친구들과 있는 그대로의 복장으로 무작정 올라 갔던 기억이 있다. 힘겹게 정상에 올라서 보니 어떤 아저씨가 당시 유명했던 태능 먹골 배를 등짐으로 지고 올라와 비싼 값으로 팔고 있었다. 그 때 대학생들은 대부분 어려운 처지라 먹고는 싶어도 돈이 없어 그 배를 살 수 없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수락산도 대학시절 한 번 가 보았던 곳이라 이번에 따라가 보기로 하고 신청을 했다.
이렇게 하여 난생 처음으로 외부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하게 되었다. 이날의 산행일정은 다음과 같다.
일 시 : 2009년 3월 14일 (토), 맑음, 바람 강함, 아침최저 영하 6도
산행코스 : 불암산 천보사 입구 - 석천암 - 불암산 정상(507m) - 덕능고개 - 314봉 - 540봉 - 수락산 정상(638m)
- 기차바위(홈통바위) - 석림사 - 장암리 입구
산 악 회 : 춘천거북이산악회 40명
[시간별 산행일지](시간은 내가 출발 및 도착한 시간 기준)
06:35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섰다. 난생 처음 미지의 산악회를 따라 나서는 길이라 오늘의 산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어제 비가 많이 내리고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찬 바람이 분다. 오늘의 산행은 바람과의 싸움이 되겠구나.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낮에 기온이 많이 올라간다고 예보되었다.
06:40 내가 승차하겠다고 한 지점인 청구아파트 건너편 강원대학교 쪽문앞에 가니 배낭을 메고 서 있는 한 분을 만났다. 몇달만에 거북이산악회에 동참하는 산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 총무였다고 하는 분이 동참은 하지 못하나 준비물을 전해주기 위해 나왔다고 하고.............
06:55 예정시간보다 10분쯤 지나 버스가 도착하여 이번 산행이 시작되었다. 버스 안에는 10여분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석사동을 거쳐 태백가든에 가니 여러 사람이 승차 한다. 내 옆에는 연세가 높으신 분(오봉님)이 같이 앉게 되었다. 버스는 학곡리방향으로 계속진행하며 나머지 대원을 태우고 경춘가도로 들어섰다. 간식으로 마늘빵이 나눠지고 나를 포함하여 오늘 처음 나온 3명이 자기 소개를 했다. 회장의 인사와 산행대장의 산행일정을 듣고 들머리를 향해 계속 달린다(당일 회비 17,000원).
08:40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불암산 천보사 입구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했다.
[천보사 입구 / 나를 태우고 온 버스]
08:50 천보사와 들머리를 뒤로 하고 전체가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는 바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버스에서 소개할 때 처음 참여한 대원을 잘 챙기라는 멘트가 있었는데 특별히 어느 그룹에 속해 가야한다는 말이 없기에 길게 늘어진 대원들 중간쯤에 끼어 불암산을 향해 올라갔다.
[입학사진 - 거북이산악회에서 가져온 것]
[불암사로 들어가는 길]
09:00 불암사를 통과하여 석천암 방향으로 올라간다. 벌써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다른 몇 사람들과 같이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나니 약간 후미쪽으로 쳐진다.
[불암사]
09:20 석천암을 지난다. 그런데 산 아래에서 석천암 입구까지 꼭 골프장에서 자동카트가 지나가는 길 모양의 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불암산 호랑이' 은거 제2동굴을 들여다보고 올라가는데 엔진의 굉음이 울리기에 돌아보니 좀 전에 본 레일을 타고 경운기 모양의 카트가 올라오고 있었는데 뒤의 짐칸에는 통나무가 실려 있었다.
[석척암과 6.25 당시 은거 동글 표지판]
09:35 불암산 정상부터 이어지는 암벽 아래 도착했는데 앞에 가던 대원이 길이 없다고 하며 왼쪽 아래쪽으로 우회하라고 한다. 아래로 내려와 우회를 하니 정상으로 이어지는 밧줄이 보인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 북서쪽 가파른 바위사면을 따라 정상으로 향했다.
[불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09:50 불암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30수년 전에는 어떻게 이곳에 올라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먹골배를 어느 곳에서 팔았는지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땐 정말 내가 많이 젊었을 때다. 앞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전혀 예측을 하지 못하던 그런 때였다. 30년도 더 지나 이곳에 다시오니 감회가 크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대니 증명사진을 담고는 바로 수락산 방향으로 내려섰다.
[불암산 정상에 올라서서]
[30돌이 다 되어 가는 불암산 정상표지]
[불암산 정상에서 본 수락산]
[불암산 정상에서 본 상계동, 쌍문동 지역]
[수락산으로 가는 길목 - 석장봉]
10:02 불암산에서 수락산 가는 길의 첫 간이휴게소가 석장봉이라고 표시된 곳에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와 보니 한 줄로 길게 올라오던 대원들이 벌써 많이 흩어지고 있었다. 내 앞으로 몇 명은 앞서 나갔고, 아직 불암산 정상에는 여럿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부터 대원 중에 젊은오빠란 분과 또 다른 한 분과 같이 불암산 하산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두 분하고 나의 산행 템포가 맞지 않는다.
[석장봉에서 바라본 불암산 정상]
[석장봉의 간이 휴게소]
[석장봉 긴급 연락표지판에도 F4가?? / 석장봉]
10:35 셋이 같이 불암산과 수락산의 경계인 덕능고개에 도착했다. 덕능고개 다리를 건너니, 나와 같이 동행하던 두 분이 휴식을 취하겠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다가 계속되는 내리막길에 첫 오름의 숨가뿜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두 분과 동행을 할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템포가 맞지 않으면 내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나는 계속 가겠다고 하고 선두를 쫓아 가기로 했다.
[불암산에서 하산 길에 본 외곽고속도로 수락산 터널]
[덕능고개]
10:50 314봉을 지났다. 북쪽으로 향하던 등산로는 이제 지도에 나타난 대로 서쪽을 향한다. 가파른 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배가 고파온다. 간식으로 준비한 쵸콜렛을 꺼내물고 계속 전진했다. 540봉 으로 올라가는 등로가 보이기에 올라가 볼까 하다가 선두를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오른쪽 우회도로를 따라 바로 수락산으로 가기로 했다.
[점점 멀어지는 불암산 정상: 314봉과 540봉 사이 지점에서 촬영]
11:50 뒤를 돌아보니 막 지나온 540봉의 둥근 바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홀로 선 등산객이 보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거북이산악회 대원은 아직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나중에 들으니 아마 이 때 선두 팀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 등로에서 조금 내려간 곳에서 점심자리를 폈기 때문에 내가 발견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도리가 없다. 정상에 가면 혹시 누군가 있지 않을까? 발길을 재촉했다.
[540봉의 태극기]
[눈 앞에 보이는 수락산 정상]
12:10 드디어 수락산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곳에도 거북이산악회 노란명찰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이 시간에 점심식사도 하지 않고 정상을 통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10여분을 기다리다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갔다. 5분쯤 내려오니 버스에서 오늘 처음이라고 인사를 했던 분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여자분이 보이고. 내게 점심식사를 했느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했다. 바로 이 그룹이 선두에 선 대원들이었다. 이들과 같이 정상에 다시 올라와(12:25) 수락산 정상석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선두 조를 이끌던 대원은 내게 중간대장을 만나 내려오라고 하고는 부지런히 내려 간다. 난 이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다 같이 모여 버스를 타고 갈 터인데 저들은 왜 그리 서둘러 가는 것인가? 빨리 내려가 막걸리를 마시려고 하나?
[수락산 정상의 모습]
[수락산 정상의 남서쪽 방향]
[수락산 정상에서 당겨본 북한산]
[수락산 정상에서]
12:30 정상 옆 바위 위에 올라 앉아 도시락을 꺼내 점심식사를 하며 배낭에 넣어 온 200cc짜리 산소주를 털어 넣었다. 10분만에 식사를 마치고는 누군가 올라오기를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배낭에 노란명찰을 단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계속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혼자 내려갈까?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등산객들로 붐비는 수락산의 마지막 오름]
[수락산 정상 풍경]
[수락산 정상 풍경]
13:20 수락산 정상으로 올라오는 좁은 통로에 두개의 노란명찰이 보인다. 너무 반갑다. 그들에게 중간대장이 어디쯤 있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무심하다. 오다보니 밥먹고 있는 것 같다고. 이 두 대원은 내게 같이 가겠느냐? 아니면 기다리겠느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내처 하산길로 접어든다. 더 이상 기다리기도 갑갑하여 그 두 대원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은 홈통바위(기차바위)를 거쳐서 내려 가기로 했다.
13:40 기차바위의 로프를 타고 내려 섰다. 그곳에서 몇 분을 더 전진하니 등로가 곧게 올라가는 데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어쩌면 조금 더 나가면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지도를 보니 완쪽길을 따라 내려가면 수락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되어 있기에 그곳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그길은 좀 가파를 내리막 길이다. 20여분을 내려서니 계곡이 나타나고 차고 맑은 물이 흘러 내린다.
[기차바위를 내려오는 등산객들]
[하산 길로 접어들어 다시 담은 기차바위]
[등산모 장사가 연출한 모습]
14:30 석림사를 지난다. 들어가 구경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동행한 두 대원이 내쳐가기에 나도 따라 내려갔다. 석림사가 특이한 것은 대웅전의 현판을 우리말로 큰법당이라고 붙여놓은 것이다.
[석림사 큰법당]
[석림사]
14:45 수락산 장암리 입구에 도착하였다. 도착 후 약 1시간 정도가 지나 모든 대원들의 소재가 파악하였다. 선두 그룹에 섰던 대원들은 붉은 얼굴 빛을 띠며 나타난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막걸리라고 한 잔 하고 싶은데 같이 내려온 두 대원에게 "우리도 한잔하죠" 했으나 묵묵부답이다. 그렇다고 혼자 가기도 어색하여 옆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맥주 1캔을 사서 급하게 털어 넣고 나왔다.
15:40 버스에 승차하여 서울을 떠나 춘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빛고개에서 하산주를 나누고 17시가 다 되어 집앞에서 내려 산행을 마쳤다.
[끝]
PS : 이 산행기를 춘천거북이산악회에 올렸더니 어떤 친구가 내용 중에 못마땅한 게 있는지 싸가지 없는 댓글을 달았기에 글을 모두 삭제하고 카페에서 탈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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