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큐슈[九州] 일주 배낭여행
이번 여행계획을 세울 때 오늘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던 날이다. 오늘은 교통편의 형편에 따라 큐슈의 남단에 있는 가이몬다케[開聞岳]라는 산을 등산하거나 아니면 큐슈 올레의 이부스키-가이몬 코스를 걸으려 계획 한 날이다. 그런데 아침에 깨어 밖을 보니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여하튼 이번 여행은 날씨가 받혀주지 않는다. 아무튼 날씨가 좋지 않아 오늘은 무엇을 할 지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일정을 시작하였다.
가이몬다케[開聞岳]는 큐슈 남단 사츠마 반도 끝에 위치한 해발 924m의 원추형 산으로 일본 100대 명산으로 알려져 있다. 후카다규야(深田久弥)라는 사람은 동쪽 해안에서 바라본 가이몬다케는 천하의 명산이라고 했다하며, 이노다다타카(伊能忠敬)는 서쪽 해안에서 바라본 모습은 일본 최고의 절경이라고 칭찬했다는 명산이라고 한다. 큐슈관광추진기구 홈페이지의 정보에 따르면 가이몬다케의 산행시간은 4시간 30분이라고 되어 있다.
큐슈 올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보여행자 길 제주 올레가 그 브랜드 그대로 일본 큐슈에 개설 한 것으로 2012년 2월 처음으로 4개 코스가 열렸으며, 현재까지 총 8개 코스가 큐슈 전역에 조성되어 있다. 이들 중에 가고시마현에 조성된 올레 길은 2개이며 이 중 하나가 이부스키-가이몬 코스다. 이 길은 철도역으로는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JR 니시오야마(西大山)역에서 출발하여 가이몬역(開聞駅)까지 19.4km의 올레 길이다.
제 11 일 2014. 2. 13 (목) 이부스키(指宿) 온천 & 큐슈 올레길
하루 종일 비
06:15 우산을 들고 숙소를 나섰다. 이부스키에서 목적지 가이몬역으로 가는 기차가 몇 차례 안 되고 그나마 연결시간이 맞지 않아 되도록이면 일찍 이부스키역 다음의 야마카와(山川)역에 도착하여 우리의 1번 목적지 가이몬다케[開聞岳]로 가는 버스시간을 알아보려고 어둠이 가시기 전에 숙소를 나섰다.
06:54 야마카와(山川)역이 종점인 보통열차가 가고시마추오역[鹿兒島中央驛]을 출발하였다. 가고시마추오역으로 도착하는 열차에서는 교복 입은 수많은 학생들을 쏟아낸다. 시외로 가는 학생들은 우리가 탄 기차에 올라탄다.
08:14 야마카와역에 도착하였다. 밖으로 나와 버스정류장을 살펴보니 08:51에 가이몬역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시간은 기막히게 맞추었다. 그런데 문제는 역에서 내리면 아침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고 비가 점차 세차게 내려 등산은 도저히 불가능한 날씨로 변했다는 것이다. 궁리 끝에 가이몬다케 등산은 포기하고 한 정거장 전에 있는 이부스키로 되돌아가 일단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모래찜질 온천을 한 다음 큐슈 올레의 일부라도 걸어보기로 일정을 변경하였다.
08:39 야마카와역에서 기차에 올라 이부스키로 향했다.
08:45 이부스키역에서 내려 역 앞에서 왼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 있는 편의점 7-11을 찾아가서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모래찜질 온천을 찾아 나섰다. 이부스키역에서 모래찜질 온천(砂むし會館砂樂)까지는 약 1.5km이다.
09:45-11:20 모래찜질 온천장 砂むし會館砂樂에 도착하여 모래찜질 30분을 포함하여 온천을 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온천에 들어서서 모래찜질을 하겠다고 하면 온천탕 비용(600¥)에 300¥을 추가하고 옷(유가타)를 내준다. 수건을 가지고 가지 않았으면 100¥을 추가한다. 옷을 모두 벗고 유가타만 걸치고 온천 후면에 있는 해변으로 나가면 검은 모래에 몸을 파묻어준다. 찜질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온천탕으로 들어오게 된다.
12:10-12:50 이부스키역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에서 찾은 음식점 아오바(靑葉)를 찾아 이부스키 향토음식이라는 흙돼지 고기 덮밥과 흙돼지 고기 순두부찌개를 주문하여 점심식사를 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이 음식점은 이부스키역을 나서 왼쪽으로 돌아서면 바로 보인다.
13:17 이부스키-가이몬 올레 길을 걷기 위해 이부스키역에서 마쿠라자키(枕崎)행 보통열차에 승차하여 세 번째 정거장인 니시오야마(西大山)역으로 향하다. 니시오야마역은 이부스키 올레의 출발점인데 이 역은 일본의 기차역 중에서 최남단에 위치한 역이며 무인역이다.
13:35 니시오야마[西大山]역에 내리니 인터넷 검색에서 보았던 노란색의 우체통이 역 앞에 서 있다. 이부스키 올레 길은 이 역을 출발하여 가이몬역까지 총 길이가 19.6km로 전체를 걷는다면 5~6시간이 소요된다. 이부스키 올레 중에서 우리가 걷고자 하는 구간은 니시오야마역을 출발하여 큐슈 남서쪽 땅 끝에 해당하는 나가사키바나(長崎鼻)까지 왕복 이다. 이 구간은 편도 5.8km이니 왕복을 하면 11.6km로 약 3시간 예상이 된다.
13:45 니시오야마역을 나서 올레 길을 찾아 나섰는데 시작부터 길을 잘못 찾아 도로를 따라가다가 빨간 리본이 보이기에 그 리본을 따라가니 해안이 나오고 터널이 나온다(대략 오후 2시 25분). 터널을 빠져나오니 산중으로 들어가기에 길을 잘못 들었다는 느낌이 들어 되짚어 나오느라 20분 이상 시간을 허비했다. 다행이 제주 올레 리본을 늦게나마 발견하여 나가사키바나에 도착하니 15:10이다. 니시오야마역을 출발하여 약 1시간 30이 지났다. 니시오야마역에서 가고시마로 돌아가는 기차는 16:56에 출발하는데 이를 타지 못하면 19:25까지 기다려야 한다. 땅 끝에 있는 용궁신사와 등대를 부지런히 둘러보았다.
15:25 나가사키바나를 떠나며 올레 표시를 따라 제대로 된 올레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제주도 올레와 같이 올레 길 표시가 잘되어 있었다. 1시간 30분 이내에 도착해야 기차를 탈 수 있으니 부지런히 걸었다. 지루할 정도로 긴 도로를 지나 갈림길에서 잠시 헷갈려 반대로 들어섰다가 돌아 나와 제 길을 찾았다.
16:25 땅끝 나가사키바나를 출발하여 1시간 만에 니시오야마역에 도착했는데 돌아와 보니 바로 코앞에 올레 표지를 두고 반대쪽 길로 무작정 갔던 것이다. 아마 비가 내리고 시간은 많지 않아 마음은 급하고 하여 눈에 띄는 길로 가다가 그리된 모양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가고 오는 길이 달리하여 걷기가 덜 지루했다는 것이다. 역 건너편에 있는 상점에 들어가니 생맥주를 판다. 500cc를 주문했는데 아줌마가 맥주잔에다 거품만 담아낸다. 그렇게 3잔을 망치더니 결국 다른 아줌마가 와서 제대로 맥주를 따른다.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직전에 따르다 만 잔 3개를 몽땅 가져다가 마시라고 준다. 결국 500cc 값을 내고 1,000cc 이상을 마셨다. 그리고 구운 고구마도 2개를 주는데 어떻게 구웠는지 구멍을 내서 빨아먹으니 속살이 그대로 나온다. 맥주를 제대로 따른 주인(?) 아줌마는 핸드폰에 담아 있는 소지섭이 사진을 보여준다. 여하튼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아직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16:56 가고시마추오역이 종점인 보통기차에 승차하여 니시오야마(西大山)역을 출발하였다. 돌아오는 동안 빗방울이 가늘어지며 하루의 끝에 와서야 비가 그쳐간다.
18:40 가고시마추오역에서 내려 information center에 들러 가고시마의 버스, 전차와 내일 다녀올 사쿠라지마 페리 및 버스에 사용할 수 있는 1day ticket을 구입하였다(1,000¥). 가고시마에서는 2종류의 pass를 팔았는데 가고시마 시내만 다닐 경우는 600¥짜리를 구입하면 되었다. 사쿠라지마를 포함할 경우는 1,200¥인데 외국인에게는 200¥을 할인해 주었다. 역을 나서 전차를 타고 덴몬칸도리에서 내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골라 먹는 저녁(가지볶음, 생선구이, 밥, 우동, 오뎅)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내일 아침식사를 호텔에서 하겠다고 하니 2명에 1,000¥이라고 한다.
21:10 내일 사용할 1day ticket을 긁다가 실수를 하였다. 1장은 제대로 긁어놓고 두 번째 장을 긁는데 月을 日에다 긁어버린 것이다. ticket를 살펴보니 잘못 긁은 날짜 하루 이전까지는 교환해 준다고 되어있기에 21:20에 숙소를 나서 걸어서 역에 갔으나 안내소가 문을 닫았다. 매표소에서 내일 아침 08시에 안내소가 open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다가 맥주를 1캔 사가지고 돌아와 마시고 하루를 마쳤다.
[제11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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