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큐슈[九州] 일주 배낭여행
오늘은 온천의 도시 벳푸[別府]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벳푸는 인구 약 13만명이 거주하는 일본 최대의 온천단지로 한 해에 인구의 100배가 넘는 1천 5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도쿄, 오사카 다음으로 많이 찾는 도시일 것이다.
벳푸는 크게 2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벳푸역을 중심으로 한 시가지는 주로 쇼핑타운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북부의 칸나와[鉄輪] 지역은 지열지대에 조성한 지옥순례(地獄めぐり)로 유명한 지역이다. 벳푸의 온천은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유명한 8개 마을을 '벳푸핫토(別府八湯)'라고 부르는데 칸나와온천, 벳푸온천, 묘반온천, 칸카이지온천, 호리타온천, 카메가와온천, 하마와키온천, 시바세키온천이 이에 속한다.
벳푸의 시내버스 노선운행
인터넷 검색 중에 어느 여행자가 벳푸의 시내버스 운행에 대하여 질문한 것을 본 일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 벳푸 시내버스를 몇 차례 이용했던 바 그 정보를 싣는다. 벳푸의 시내를 다니는 거의 대부분의 시내버스는 벳푸역에서 출발하여 칸나와를 경유하였다. 다만, 중간 경유지가 버스노선에 따라 서로 다른 도로를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 다음의 지도는 아래쪽이 바다를 낀 동쪽이고 오른쪽이 북쪽이다. 5, 9, 24, 41번 버스는 벳푸역을 출발하여 52번과 218번 도로(가장 번화한 도로)를 따라 칸나와에 도착하고, 9, 24번 버스는 645번, 500번(큐슈횡단도로)을 거쳐 칸나와로 온다. 또한 20, 26번 버스는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다가 칸나와에 반대방향으로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시내를 통과하여 칸나와에 도착한 버스의 대부분(2, 5, 9, 41, 24번)은 지옥순례의 첫 번째인 바다지옥을 통과하여 반대편 종점을 가게된다. 벳푸 시내버스의 불편한 점은 버스가 1시간에 1-3대 밖에 없고 저녁에 일찍 끊어진다는 것이다. 버스 운임은 거리에 따라 차등으로 지불하는데 벳푸역에서 칸나와까지는 320¥이다. 근거리 1일 버스 pass(Mini free pass라고 부름)는 900¥이며 광역 pass는 1,500¥이다.
제 8 일 2014. 2. 10 (월) 벳푸(別府)
종일 비, 고지대에는 눈
아침에 깨어 밖을 내다보니 비가 내린다. 아니! 왜 비가 또 오냐? 오늘은 벳푸 시내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컵라면 등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10:20 우산을 들고 느지막이 숙소를 나섰다. 어제 숙소 주인장이 설명해준 지도의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바로 information center가 나온다. 영어로 안내를 하는 노인에게 버스표 구입하는 곳을 물었다. 이 양반 나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하더니 영어를 잘한다고 한다. 내가 이런 소리를 들으니 이 노인한테 물어본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말을 했는지 궁금하다.
10:30 칸나와 카메노이(鉄輪 龜の井) 버스센터에 가서 1일권 교통카드 mini free pass(900¥/인)를 구입하니 여러 관광지 할인권을 준다. 벳푸 지옥순례(べっぷ地獄めくり) 코스의 시작인 바다지옥(海地獄)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이 언덕으로 올라가는 도로의 명칭이みゆき坂(미유기자카)인데 오래된 옛길이라고 한다.
벳푸의 지옥순례
칸나와 일대에는 1,200년 전부터 화산활동에 의해 증기와 열탕이 분출하여 주민들이 접근할 수 없어 '地獄'이라고 불려왔다고 한다. 불모지였던 이 일대의 열탕, 증기, 진흙탕 등을 볼거리의 관광지로 조성 한 곳이 바로 지옥순례지다. 지옥은 모두 9개가 있으며 그중 7개는 칸나와의 중심부에 가까이 모여 있으며 나머지 2개는 칸나와 버스센터에서 북쪽으로 약 2km(버스로 6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지옥의 입장료는 각각 400円이나 8곳 공동입장권은 2,000円이다. 8곳을 제외한 나머지 하나인 킨류-지고쿠(金龍地獄)는 별도의 입장료(200円)를 내야한다. 8개의 지옥을 모두 돌아본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여행자의 경우 2-3개의 지옥만 보면 될 것으로 본다. 순서대로 쓰면 바다지옥, 부뚜막지옥, 대머리지옥이다.
10:55-12:05 바다지옥 매표소에서 할인권(10%)을 내고 1일간 8개 지옥 전체 입장권(1,800¥/인)을 구입하고 바로 바다지옥을 시작으로 대머리지옥, 산지옥, 부뚜막지옥, 도깨비신지옥, 흰연못지옥을 둘러보았다. 규모로 보아 뉴질랜드 같았으면 하나의 큰 지열지대로 조성했을 만한 지역이었다.
1 바다지옥(海地獄, 우미지고쿠) : 9개의지옥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는 곳으로 1,200년 전 쯔루미산(鶴見山)의 폭발에 의해 생긴 커다란 연못이 마치 푸른 바다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연못은 깊이 120m에 섭씨 98도나 되는 열탕이며 이 온천열을 이용하여 열대식물원을 조성하고 있었다.
2 대머리지옥(鬼石坊主地獄, 오니이시보즈지고쿠) : 근년에 발견된 곳으로 뜨거운 회색의 진흙이 분출되는 모양이 마치 스님의 머리 같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옆에는 온천시설도 갖추고 있는 곳이다.
3 산지옥(山地獄, 야마지고쿠) : 맹렬하게 내뿜는 점토가 산기슭에 쌓이는 모양이 마치 산 같다고 하여 산지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곳은 온천열을 이용하여 진기한 동물과 식물을 재배하고 있는 곳이다. 대표적인 동물이 하마다. 하마는 관광객이 주는 당근을 받아먹으려 입을 딱 벌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4 부뚜막지옥(カマド地獄, 가마도지고쿠) : 지옥에서 뿜어 나오는 증기로 솥에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여섯 개의 연못은 온도에 따라 각각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온천수를 마시면 10년이 젊어진다고 써있기에 주저없이 마셨다.
5 도깨비산지옥(鬼山地獄, 오니야마지고쿠) : 이 지옥의 온천수 압력이 굉장히 강하여 열차를 한 칸 반 정도 당길 수 있는 괴력의 에너지를 갖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이곳은 온천열을 이용하여 악어를 사육하고 있었다.
6 흰연못지옥(白池地獄, 시라이케지고쿠) : 흰연못지옥은 청백색의 특이한 열탕을 내뿜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분출 시에는 무색투명하지만 분출 후에는 온도와 압력이 낮아지므로 청백색으로 변한다. 이곳은 온천열을 이용하여 열대어를 기르고 있었는데 아프리카 식인물고기라고 하는 피라냐를 볼 수 있었다.
12:20-12:55 칸나와 정류장 근처의 음식점에서 오이타(大分) 지역의 명물이라는 だんご汁(단고지루) 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와 다시 information center에 들러 같은 노인에게 나머지 2개의 지옥을 찾아가기 위해 어떤 버스를 타야하는지 물었다. 16번 버스를 타야한다는데 13:20에 있다고 한다.
13:20 칸나와 버스센터 건너편에서 16번 버스를 타고 10여분을 가서 피연못지옥(血の池地獄)을 관람하고 나와 소용돌이지옥으로 들어가 간헐천(geyser)의 분출시각을 물어보니 14:06이라고 한다. 돌아가는 버스시간이 13:45라 구경을 포기하고 나왔다.
7 피연못지옥(血の池地獄, 치노이케지고쿠) : 온천의 색깔이 피로 물든 색이라 하여 붙은 이름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천연온천이라고 한다. 붉은 색의 온천은 지하의 고온과 고압으로 자연스럽게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긴 산화철 등을 포함한 점토가 만들어 내는 색이다.
8 소용돌이지옥(竜卷地獄, 타추마키지고쿠) : 조용하게 끓어오르는 열탕이 3-40분 간격으로 20m 이상 솟아올라 6-10분간 치솟는 모습이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간헐천이다. 벳푸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간헐천 이외 볼 게 없어서 인지 위쪽에 열대림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14:00 칸나와로 돌아가는 16번 버스는 15분가량 지연되어 나타났다. 기온이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다. 칸나와로 돌아왔다. 조카가 졸업한 APU(Asia Pacific University)로 가는 24번 버스가 14:26에 온다기에 기다리는데 2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14:58 시내로 들어가는 5번 버스가 건너편에 정차하기에 일단 시내로 가기로 했다.
15:15 벳푸역에 도착하여 미야자키→가고시마, 가고시마→구마모토 기차표 좌석을 예약했다.
15:25 벳푸역 구내의 food court에서 국수를 먹고 나서 벳푸 타워에 가볼까 했으나 기온은 더 떨어져 추워지는데다가 비가 계속 내리니 꼼짝도 하기 싫었다. 집사람이 다시 APU나 가자고 한다.
16:05 벳푸역 동쪽에서 떠나는 24번 버스에 승차하여 APU로 향했다. 그런데 벳푸 시내를 빠져나와 산중으로 들어가는데 주위가 눈이 덮여 하얀색이 아닌가? 시내에 비가 내리는 동안 이곳은 계속 눈이 내렸나보다. APU가 가까워질수록 눈이 더 많이 쌓여있고 도로에도 눈이 쌓여있다.
16:40 APU에 도착하였다. 이 대학은 교육 분야가 사회과학과 경영학 2분야라는데 캠퍼스는 상당히 컸다. 그런데 전망이 좋다는 이곳은 구름이 가득하여 시내와 바다 방향으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사진을 몇 장 담고는 내려가기로 했다.
17:05 숙소 앞으로 가는 9번 버스가 17:02에 있다고 시간표에 나와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기에 5번 버스에 올라 APU를 떠났다.
17:25 칸나와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가다보니 부뚜막 찜요리공방이 한가하기에 들어가 보니 요리를 파는 게 아니라 지열을 이용한 찜요리를 체험해 보는 곳이었다. 증기부뚜막 사용료 500¥을 내고 해물 모둠 1,000¥, 계란 2개 100¥을 내고 15분 7분을 쪄서 시식을 했는데 쪄지기는 잘했으나 게는 싱싱하지 않은 느낌이다. 설거지도 내가 해야 했다.
18:30 숙소로 돌아왔다. 19가 지나 숙소를 나서 슈퍼마켓에 갔는데 흰밥이 이미 다 팔렸다. 김밥과 반찬 등을 사가지고 돌아오다가 주인장에게 내일 9시경 떠나겠다고 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온천에 한 차례 더 갈까 했으나 가고시마를 기약하고 가지 않기로 했다.
[제8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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